[한신대학교 석박사과정]

생물철학

한신학 han theology 2017. 3. 29. 11:17

생물철학 - 생명의 역사를 관통하는 변화의 철학

최종덕, 생각의힘, 2014 


왜 변화의 철학인가?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서구 사상사 전반은 플라톤 철학의 재해석이라고 말한 바 있다. 플라톤의 철학은 전통 형이상학을 말하며 그 핵심은 정지의 존재론이다. 그렇다면 왜 변화의 철학이 필요한가?

과학의 탐구 대상을 언어로 기술하기 위해서는 그 대상이 정지된 상태라고 가정해야 한다. 자연 현상이나 사물의 운동 상태를 그대로 표현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에서는 수많은 스틸컷을 모아 움직이는 사물을 표현하는 것과 같은 이상화(idealization)라는 방법론이 사용된다. 이러한 생각은 진리가 있다면 정지 또는 불변이라고 보았던 고대 그리스 철학과 그 배경을 같이 한다. 뉴턴의 역학을 포함한 근대 과학혁명도 예외가 아니다.

그러나 이상화의 방법론은 물리세계를 다루는 자연계에는 잘 맞지만 생명세계에 적용하기에는 어려움이 많았다. 생명 현상의 운동을 정지된 스틸컷의 집합으로 설명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닐스 보어가 이야기했듯이 살아 있는 세포를 관찰하고자 하는 과학자는 세포를 채취해서 염색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결국 죽은 세포만을 관찰할 수 있게 된다. 

생명의 원리는 변화 가능성 

부화기의 악어 알은 주변 온도에 따라 수컷이 될 수도 있고 암컷이 될 수도 있다. 유전자도 중요하지만 그 발현이 환경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다. 유전자를 알면 생명의 모든 정보를알 수 있으리라는 기대하에 1990년대에 인간 게놈 프로젝트가 시작되었지만, 그 결과에 따르면 DNA의 일부만이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 오히려 다른 유전자가 작동하도록 끄고 키는역할을 하는 조절유전자가 많다고 한다. 이것은 유전자가 미래에 어떻게 발현될지 결정되어있지 않다는 것을 말해 준다.

우리 몸의 세포가 외부의 이물질을 어떻게 인식하는가의 문제, 즉 자기와 비자기의 정체성 역시 고정되어 있지 않다. 먼저 자기가 비자기가 되는 과정을 통해 자기 안의 비자기를 공격하라는 신호가 만들어지는데, 이는 기존의 실체론적 존재론이 우리 몸의 면역체계에서 유효하지않다는 것을 알려 준다. 신경생리학자인 라마찬드란은 왼팔을 잃은 환자에게 안쪽에 거울이 달린 큰 통을 주어 오른팔을 넣게 한 후 환자가 절단되고 없는 왼팔에 느끼는 가려움을 오른팔을 긁음으로써 해소한 실험 결과를 얻었다. 이것은 신경세포는 변화하지 않지만 시냅스(신경세포들 사이의 연결 부위)는 항상 변화한다는 시냅스 가소성의 가능성을 제시해 준다. 

진화의 철학이 가져온 사상적 전환 

1859년에 출간된 『종의 기원』은 하나의 생물학 이론을 넘어 인식론적 혁명이었다. 다윈은 변화하는 자연의 사물이나 양태를 마치 정지된 것처럼 간주하는 물리주의 방법론에서 벗어나 모든 존재는 변화한다는 ‘변화의 철학’을 제시하였다. 이 책은 다양한 생명 현상을 이해하는데에 진화의 철학이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살펴본다. 도브잔스키가 이야기한 것처럼 “생물학에서 진화를 말하지 않고는 그 어느 것도 의미가 없다.” 

사회생물학에서 생명의 존엄성까지 

물리학이나 화학과 달리 생물학은 인간의 삶과 사회 그리고 문화에 대한 입장에서 자유로울수 없다. 예를 들어 도덕의 기원과 마음의 원형, 진보가 무엇인지와 같은 문제를 윤리학이나 사회과학만이 아니라 생물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 책은 자연선택의 결과 현존하는 생물종 모두가 존재론적으로 동등하다는 입장과 함께 생명의 존엄성을 다양한 시각에서 조명한다. 

생물학과 철학의 만남 
이 책은 현대 생물학의 구체적 주제들을 철학적으로 접근한다. 생물종의 분류, 유기체 고유의 방법론, 진화론적 변화의 존재론, 후성유전학의 인식론적 전환, 진화론의 인과율, 신경과학의 가소성, 생물학적 자아 개념에서부터 인간의 도덕심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와 생물학 지식의사회적 영향력을 다루고 있다. 생물철학은 결국 인간이 무엇이며 내가 누구인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을 던진다.

생물학이 철학과 만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생물학의 탐구 대상이 단순한 무기물질로 환원되지 않는 운동하는 주체이기 때문이다. 또한 인간이 인간 자신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객관과 주관 사이의 경계가 무엇인지를 묻는 철학적 질문이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생물학이 다루는 인간과 철학이 다루는 사유하는 인간은 궁극적으로 다른 주체일 수 없기 때문에 철학과 생물학은 만나게 된다. 생물학과 철학의 만남을 통해 우리는 인간에 대한 통합적인 이해에 다가설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이를 자연주의 인간학이라 부른다


 

서문

 

생명의 현재와 역사

 

이 책을 시작하기 전에 두 가지 생명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첫째는 물고기 이야기이다언젠가 아프리카 내륙에 위치한 저수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몇 년의 긴 가뭄 끝에 저수지 물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고그곳에 살던 물고기는 전멸했다그 후 3년이 지나 비가 처음 왔고저수지는 다시 물로 가득찼다신기한 것은 전에 살았던 것과 같은 종의 물고기들이 다시 생겨났다는 사실이다저수지 바닥까지 바싹 말라 있었는데도 말이다.

 

둘째는 집 근처 도로 공사장에서 본 한 켠이 잘려나간 언덕의 절단면 이야기이다산허리를 잘록 잘라낸 공사장의 토사 경사면은 아무렇지도 않게 지나칠 수 있는 흔한 모습이지만절단되어 드러난 그 땅의 속살은 몇 십만 년 혹은 몇 억 년 만에 처음으로 이 세상에 나타난 것일지도 모른다산으로 융기되기 이전 바다 밑에 있었던 조개 화석이 그 절단면에서 처음 나올 수도 있고, 6만 년 전 구석기인이 쓰던 돌칼이 그 곳에서 처음 출토될 수도 있다혹은 페름기와 트라이아스기를 가르는 2억 년 전 이래에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일 미생물이 그 지층 암석에 있을 수도 있다.

 

첫째 이야기는 생명의 현재성을 보여 준다예를 들어 세상의 모든 생물 종자는 생명을 틔우려는 속성과 거꾸로 생명을 일시적으로 잠재우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마치 생물이 변화하려는 성질과 그와 반대로 항상성을 유지하려는 성질을 동시에 갖고 있는 것과 같다.

 

둘째 이야기는 생명의 역사성을 보여 준다생명의 모든 역사가 오늘의 한 생물 안에 응축되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이다예를 들어 오염된 강에서 자주 출현하는 남조류는 원핵생물의 하나로서 30억 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는데이 세상의 모든 생물은 남조류의 생명 흔적을 머금고 있다나에게 타자로서 남조류는 전혀 다른 개체인 듯하지만실제로는 유전자를 공유하는 공통의 조상 아래에 있다인간은 남조류를 타자화하여 자신의 특별한 지위를 뽐내고 싶어 한다남조류의 다수는 물질대사 과정에서 독성을 배출하지만남조류 자체가 나쁜 생물은 아니다단지 문명사회의 인간이 남조류가 기형적으로 증식할 수 있는 부영양화 환경을 만든 것이 문제이다자연의 생물종 그 어느 것도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다.

 

생물은 태어나서 먹고 자고 느끼고 반응하며 병들어 아프거나 늙어 죽는 모든 현재성의 변화와변이와 적응종분화와 멸종표류 등의 모든 역사성의 변화를 그 본성으로 한다이 책에서 다루게 될 생물학의 주제들은 이 두 가지 이야기와 연관되어 있다생명의 현재성과 관련하여 면역학과 유전학 그리고 신경과학을 논의할 것이며생물의 역사성과 관련하여 진화생물학과 종분화의 문제 그리고 발생계 이론을 논의할 것이다이 책 생물철학은 이와 같은 현대 생물학의 몇몇 주요한 주제들을 철학과 역사의 시선에서 바라본다.

 

생물학과 철학

 

아리스토텔레스의 생물학이 시작되었던 2,500년 전부터 철학과 생물학은 이미 만나고 있었다이후 근대에 이르기까지 생물 탐구는 자연지 연구의 일부였다근대 백과전서파 달랑베르는 생물 지식 일부를 역사 항목 혹은 철학 항목에 배속했다현대 이전의 생물 지식은 자연지 혹은 박물학이었기 때문이다이러한 생물 지식은 자연철학이라고 불려졌다당대 생물의 자연철학은 기억을 매체로 하는 역사와 이성을 매체로 하는 철학이 서로 혼재된 서술 체계였다.

 

생물학이라는 용어는 20세기 전후에 만들어졌다그 이전에는 식물학동물학곤충학이 있었을 뿐이다라마르크의 동물철학(1809),돌로미외의 광물철학(1801)린네의 식물철학(1751)생틸레르의 해부철학(1818등 특수한 관찰 지식을 모아놓은 것이 그때의 서술적 생물자연학이었다뉴턴 시대에도 물리학이라는 말은 없었고그의 동력학은 그냥 자연철학이라고 불려졌었다여기에서 철학이라는 용어는 진리의 지식을 찾아가는 학문이라는 뜻이다철학에서 말하는 철학도 진리를 구하는 학문인 것은 마찬가지이다단지 식물철학동물철학자연철학에서 말하는 철학은 구체적이고 경험적인 자연물을 탐구 대상으로 한다는 점이 형이상학적 철학과 다르다.

 

생물철학은 생물에 대한 지식과 더불어 그런 지식에 대한 반성적 사유를 포함한다지식과 반성은 서로 상보적이다지식이 넓어지면서 반성의 계기도 커지며반성이 깊을수록 더 많은 지식이 생산되는 것이다그렇게 생물학과 철학은 만나며또한 그럴 필요가 있다생물학이나 철학은 존재와 인식 그리고 삶의 문제를 공통의 탐구 대상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그 두 영역은 내재적으로 이미 연관되어 있다이 책은 생물학과 철학이 만나는 지식의 현장을 탐구하며 넓게는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을 시도한다나아가 인간의 삶과 생명의 세계를 이해하는 깊이와 폭을 제시하고자 한다 


    

생물철학의 여러 주제들

 

이 책은 현대 생물학의 존재론적 기반과 인식론적 전환을 비중 있게 다룬다궁극적으로 이 책의 내용은 살아있음이 무엇인지를 묻는 철학적 질문이다현대 생물학의 구체적 주제들을 철학적으로 접근한 이 책은 생물종의 분류유기체 고유의 방법론진화론적 변화의 존재론,후성유전학의 인식론적 전환진화론의 인과율신경과학의 가소성plasticity생물학적 자아 개념에서부터 인간의 도덕심에 대한 생물학적 이해와 생물학 지식의 사회적 영향력 등을 다루고 있다이 책에서 다루는 주제의 개략적 내용을 조망하면 다음과 같다.

 

생물학적 방법론의 문제

기존 물리과학의 방법론 그대로를 생물학 연구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검토한다자연과학은 관찰한 자료를 일반화하여 이론으로 만든다.자연 현상이 더 복잡하게 드러날수록 이론으로 일반화하는 일은 더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아무리 복잡해도 그 안에는 모종의 주기성과 반복성 그리고 유형과 모형이 존재하며그것을 잘 추론하여 정량적인 그 무엇의 최소량으로 환원시킬 수 있다는 분석주의가 과학방법론의 기초이다이런 과학방법론이 생명계에도 적용될 수 있는지적용된다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를 해명하고자 한다생물학은 다른 여느 과학처럼 분석의 방법론을 중시하지만생명진화의 시간적 변화를 전개하는 역사주의 방법론에 대한 이해를 추가로 필요로 한다.

 

진화생물학의 철학

진화론은 이 책의 전반적인 기조이다. 1859년 종의 기원』 출간으로 알려진 다윈의 진화론은 하나의 생물학 이론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바라보는 인식론적 혁명이었다진화론은 전통의 목적론생기론신학적 존재론과 기계론그리고 2,500여 년 동안의 형이상학에서 벗어나는 사상적 전환이었다진화론을 통하지 않고 생물학을 이야기할 수 없다는 도브잔스키의 유명한 말 그대로 변화와 시간의 존재를 다루는 생물학이 어떻게 철학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를 조명한다.

 

생물종에 대한 철학적 이해

생물종을 분류하기 위해서는 종과 종 사이가 단절적인지 아니면 연속적인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종과 종 사이가 단절되고 불연속적이어서 종 자체는 고정된 실체이며 종의 본질은 종마다 고유하다는 입장이 전통적인 린네의 분류법이었다진화론이 등장하면서 이런 본질주의 종 분류법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었다모든 생물종은 하나의 공통조상으로부터 분화된 것이며 지금도 분화 중이어서 종의 고유성이란 일종의 형이상학적 선언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발생계의 철학

발생학은 수정 이후 개체화되면서 성장하는 과정을 연구하는 분야로서최근에는 분자 차원의 발생 과정에 주목하고 있다이 책은 기존 발생학적 사유를 발전시킨 발생계 이론을 중심으로 진화발생생물학을 철학적으로 이해하고자 한다동일한 유전자라도 그 유전자가 갖는 표현형이 발현되게끔 스위치를 키거나 혹은 발현을 억제하도록 스위치를 끄는 작용이 있다이러한 유전자의 발현에 영향을 주는 것은 유전자 자체보다 환경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 후성유전학을 인식론적으로 검토한다본성과 양육 논쟁과 관련하여 철학적 함의가 가장 많은 분야이기도 하다.

 

인과론의 문제

물리 현상을 설명하는 인과법칙을 그대로 생명 현상에 적용할 수 있는지를 살펴본다생명 기능은 생물의 현재적 상태를 보여 준다그러한 현재성은 진화의 장구한 역사를 거친 결과이기 때문에생명 기능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진화적 역사를 고려해야 한다마이어는 현재성의 인과적 원인을 근접원인이라고 했고진화의 계통을 추적하는 역사적 원인을 궁극원인이라고 했다인과론 범주에 궁극원인을 포함시키는 일은 진화론 연구의 핵심이다또한 자연선택의 메커니즘이 작용하는 미시진화와 지질학적으로 우연적 환경이 지배하는 거시진화를 구분하고미시진화와 거시진화를 관통하는 개념으로서 진화적 비가역성이 무엇인지 자세히 설명한다.

 

면역학의 철학

면역은 외부 이물질에 대하여 자신을 지키려는 능동적 반응체계이다그 반응은 계획적이지만 유동적이고주체적이지만 동시에 상관적이며자연적이면서도 획득적인 인식작용이다이 책에서는 면역학적 자아와 타자를 자기와 비자기로 부를 것인데자기와 비자기의 역동적 상호작용을 설명한다면역학적 자기의 정체성 문제는 면역학 임상연구에서 매우 중요한데철학적으로도 의미 있는 인식론적 과제이다

 

신경과학의 철학

마음과 감정의 문제를 추상적 형이상학이 아니라 신경과학의 구체적 관점에서 다룬다신경과학에 대한 기존의 관점은 주로 계산주의제거주의물리주의 등 일원론적 심신론에 치우쳐 있다이 책에서는 계산주의나 물리주의로 설명할 수 없는 뇌의 가소성 현상을 중성적 일원론으로 설명한다예를 들어 신경세포를 연결하는 시냅스의 전기화학적 작용은 기존의 계산주의로 설명되지 않는데이러한 시냅스의 인식론적 구조를 중성적 일원론으로 볼 수 있음을 해명한다.

 

인간 본성과 도덕의 문제

2,500년 철학사에서 인간성이 선천적 본성인지 아니면 후천적으로 양육되는 것인지는 항상 논란거리였다. 20세기 들어서 도덕론과 진화생물학이 만나면서 진화윤리학이 생겨났다여기에서는 이기주의-이타주의 논쟁을 주로 다룰 것이다생물학적 이타주의는 동기 중심의 도덕 형이상학의 이타주의와 다르며단지 나의 행위로 인해 나 이외의 타인과 집단의 개체 증식에 도움이 되는 경우를 말한다이와 관련하여 이타적 행위와 협동성 행위가 어떻게 인간 본성으로 자리 잡을 수 있는지에 대한 다양한 이론들을 소개한다.

 

생물학의 지식론과 존재론

과학 지식이 가치중립적이라고 하는 말이 과연 어디까지 사실인지 비판적으로 검토한다지식을 다루는 방법론에서 환원주의나 분석주의와 같은 가치중립적 실증주의 방법론을 인정하지만지식을 다루는 관점에서는 가치로부터 지식을 분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지식의 양면성즉 관점과 방법을 혼돈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방법의 실증관점의 역사성이 공존한다는 점이 바로 과학의 인식론적 기초이다현대사회에서 생물학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상당히 크기 때문에 과학 지식의 가치의존성 논의는 더 없이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오늘의 지식사회에서 과학과 인문학의 소통이 왜 중요한지를 토론한다이 책에서는 소통의 조건으로 변화를 수용하려는 태도인간을 이해하려는 태도그리고 상대를 경청하려는 태도의 세 가지를 들었다이런 소통의 조건은 결국 더 나은 삶의 세계를 지향하는 데 초점을 두어야 한다고 했다나아가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영국 빅토리아시대의 사회상을 통해서 진보 개념의 원형을 추적한다진보와 보수의 차이가 무엇이며진보 개념이 왜 진화 개념과 다른지를 살핀다.

 

진화존재론


살아 있는 생명을 다룬다는 점에서 생물철학은 생명 고유의 존재론을 다룰 수밖에 없다이 책에서 생명 고유의 존재론이란 변화와 발생을 하면서도 항상성을 유지하는 진화존재론을 말한다. 37억 년 전 생명체가 탄생하면서 원시 원핵세포에서 오늘의 인간으로 진화하기까지의 모든 생명 정보는 오늘날 존재하는 생물종 모두에게 공유되어 있다멸종된 종의 생명 정보도 오늘의 생명 안에 보전되어 있다는 뜻이다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속적으로 이어가는 것이것이 생명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이다하나의 개체는 오늘을 살고 있는 것에 그치지 않고 바로 오늘 속에서 과거 역사를 호흡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오늘의 한 생명체는 그만의 공간적 영역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37억 년이라는 진화론적 시간을 그 안에 머금고 있는 연장된 시간 속의 존재이다. (Weizsaecker 1970,Vol.2) 시간 속의 생물 존재를 이 책에서는 진화 존재 혹은 생명사의 존재라고 표현했다.

 

진화 존재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모든 생물종은 존재론적으로 평등하다는 점이다데카르트는 내가 생각하므로 존재한다.”라고 말했다차갑고 뜨거운 것을 느끼며 먹이를 구하고 강한 햇빛을 피하고 욕심을 내거나 기뻐하고 좋아하고 슬퍼하거나 미워하고 사랑하며 따지며 어림잡거나 계산하고나아가 동정심을 갖기 때문에 나의 존재가 더 이상 의심될 수 없다는 것이다모든 것을 방법론적으로 그리고 비판적으로 의심해야 하며그런 회의 끝에 더 이상 회의할 수 없는 것이 드러나는데데카르트는 그것이 바로 생각하는 나의 존재라고 한 것이다사유하는 나의 존재 외에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한다는 데카르트의 철학은 철학사와 과학사에서 비판적 사유가 결정적으로 중요하게 자리 잡게 된 계기였다그러나 이 명제는 항상 주어가 라는 점에서 관념적이다생물철학은 나 말고 다른 존재다른 생물종이 느끼고 욕심을 내거나 예측하고 동정심을 가지기 때문에 그런 생물들이 같이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 준다인간종은 수많은 생물종의 하나이다.

 

자연주의 인간학


틀에 박힌 윤리 교과서에서 성선설 이야기가 나오면 먼저 맹자가 거론되고그중에서도 측은지심을 설명하는 부분이 단골 사례로 등장한다측은지심이란 타인을 사랑하는 마음인데이는 남의 아픔과 절실함을 같이 느낄 수밖에 없는 마음이며바로 그 마음이 인간 본성에 해당한다고 한다그런 느낌과 행동은 숨길 수 없으며 체면이나 남의 칭찬을 받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라고 맹자는 힘주어 말했다그런데 보통 사람들은 이런 이야기를 좋은 덕담이나 그럴듯한 윤리이론 정도로 알 뿐정말 자신의 본성에 결부시켜 자신을 둘러보는 일에는 무관심하다그렇지만 만약 맹자의 이런 옛날 철학이야기를 오늘의 과학자가 현대 생명과학의 입장에서 과학적 근거를 들어 다시 주장한다면 어떻게 될까?

 

진화생물학에서 인간학은 두 가지로 연구된다하나는 좁은 의미의 생물학적 인간학이다그 안에는 유전자를 분석하여 인간의 형질과 행동을 파악할 수 있다는 환원적 인간관과 진화심리학에서 말하는 행동주의 인간관이 있다다른 하나는 넓은 의미의 진화사적 인간관이다.이 책에서는 진화사적 인간관을 통하여 자연주의 인간학을 말하고자 한다.

 

자연주의 인간학은 먼저 인간의 본성을 형이상학이나 초월적 규범주의로 설명하지 않는다인간은 장구한 생명의 진화사즉 진화 존재의 산물이고인간의 지위는 모든 생물종과 동등하고 생명 위계질서의 꼭지점에 있지 않으며인간은 저절로 변화하고 스스로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특수한 고유성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즉 인간의 고유성은 형이상학적이거나 초월적 권위에 의해 조작되는 것이 아니라 자연사에 의해 누적된 경험의 산물이다이러한 자연주의 인간학의 시선에서 그동안 우리를 괴롭혀 왔던 이분법적 본성론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즉 본성과 양육유전적 결정론과 발생적 가소성이기성과 이타성의 관계가 서로 모순된 것이 아니라 상보적이라는 점이다.



출처/http://eyeofphilosophy.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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