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UNGEUN)

산업윤리

한신학 han theology 2017. 8. 15. 13:42

프로그램 포맷과 콘텐츠 산업

도대체 포맷이 뭐야

지난 몇 년간 우리나라 방송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었던 TV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었을까? 매일 보는 드라마를 제외한다면, 그것은 아마도 숨겨 왔던 재능을 겨루는 탤런트 오디션 프로그램이라는 대답에 별 이의가 없을 것이다.

케이블 채널의 입지를 지상파보다도 더 굳건하게 만들며, 전국을 오디션 프로그램의 열풍으로 몰고 갔던 <슈스케(슈퍼스타 K)>, 유튜브를 통한 전 세계 온라인 오디션으로 화제를 만들었던 <위대한 탄생>, 우리에게도 이렇게 노래를 잘하는 가수가 있었구나, 이렇게 좋은 예전 노래들이 있었구나 하며 시청자들을 매번 감동 속에 몰아넣었던 <나는 가수다> 등을 비롯해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탑밴드>, <k 팝스타>등 이루 다 셀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나 아직 끝이 아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숨어 있는 인재가 많이 남아 있나 보다. 이제는 더 이상 없을 것 같은데도 새로운 시즌이 시작될 때마다 전국에서 몰려오는 참가신청자들을 보면! 또한 노래와 춤이 끝이 아니다. 디자이너의 재능, 모델의 재능 그리고 요리의 재능까지!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재능을 겨루는 쇼의 인기는 식을 줄을 모른다.

이제는 슬슬 지겨울 때가 된 것도 같지만 혜성처럼 나타난 놀라운 재능의 소유자들을 발견할 때마다, 그리고 그들의 재능이 다이아몬드처럼 그렇게 빠른 속도로 연마되어 변화되어 가는 것을 볼 때마다 우리는 또 다시 새로운 인재에 열광한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이러한 탤런트 오디션쇼의 인기는 비단 한국만의 현상이 아니라 전 세계 공통의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면 더욱 궁금해진다. 이러한 전 세계적인 프로그램의 인기는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1990년대부터 급격하게 늘어난 채널과 이를 채우기 위한 콘텐츠 수요는 전 세계 방송 산업에 커다란 변화를 요구했다. 더 많은 콘텐츠를 더 빠르게 공급해야 하는 과제를 채워 주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방송 콘텐츠를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다른 나라의 프로그램에서 많은 영감을 받은 프로그램들이 아무런 제한 없이 제작되기도 하고, 이에 대한 산업 윤리문제도 크게 제기되지 않았다. 굳이 돈을 주고 아이디어를 사 온다 하더라도 그 금액은 크지 않았다. 그러던 방송 환경에서 이제는 스스로의 프로그램 아이디어를 보호하고 이에 대해 제작 노력에 걸맞은 제대로 된 금액으로 거래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서로 같은 프로그램을 보기보다는 양국에서 제작된 프로그램의 아이디어를 그대로 가져다 자국 버전으로 제작해 인기를 얻어 왔던 미국과 영국의 방송 시장에서 먼저 변화를 주도하게 되었다. 마침내 1993년 영국의 BBC에서는 포맷 라이선싱만을 전문으로 맡는 부서를 설립하기에 이른다. 비교적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었던 기존 프로그램 아이디어에 대해 이제는 돈을 받고 라이선싱 권한을 넘겨주는 하나의 독립 상품으로 관리하겠다는 새로운 시장의 출현을 알리는 것이었다.

그러나 여전히 포맷(formatTV 포맷)이라는 용어는 생소하고 포맷에 대한 지적재산권은 곧잘 침해되곤 했다. 전 세계 방송 시장이 하나로 글로벌화하면 할수록 제작자 입장에서 보면 해외 프로그램에서 영감을 얻는 것은 더욱 쉬운 일이 되고, 시청자들의 입장에서 보면 그만큼 방송을 보는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전히 전 세계 그 어느 나라에도 포맷에 대한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용어는 법에 명시되어 있지 않다고 한다.

그러나 2000년을 기점으로 유럽과 미국의 법원에서 몇몇 프로그램에 대한 지적재산권 침해 사례가 법정 공방의 대상이 되고, 때로 원 제작자가 승소하기도 하면서 매우 빠르게 포맷 보호환경이 조성되어 가고 있다. 이제 포맷 프로그램은 하나의 국제 브랜드가 되어 전 세계 시장에 동일 브랜드로 진출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포맷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정리해 보면, ‘프로그램 콘텐츠의 조리법(recipe)’으로 이해할 수 있다.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어 제작되더라도 동일한 내용과 품질의 콘텐츠로 제작할 수 있는 프로그램 콘텐츠의 집합이다. 포맷이란 또한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측면에서 보면,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있지만, 이들 모두를 관통하는 구조이며 내용 순서다.

이 외에도 포맷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요소는 프로그램의 외관이다. 프로그램의 로고, 배경 음악, 무대 디자인을 포함한 모든 그래픽 요소들까지 포함한다. 프로그램의 내용과 외관, 스타일, 제작의 품질까지 이 모든 것을 아울러서 하나의 ‘브랜드’로 취급하는 것이다.

포맷 시장 규모와 다양한 하위 장르

포맷 시장의 규모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약간은 오래된 기준이기는 하지만, 2009년 전 세계 방송 시장 규모로 13조 4000억 원 정도라고 한다(FRAPA, 2009). 한국이 포맷을 정식으로 수입해 온 것이 대략 2008∼2009년부터라고 했을 때 현재 한국 지역버전으로 제작된 해외 포맷 프로그램만 생각해 보더라도 2009년 이후 포맷 시장은 매우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통되는 포맷의 장르는 다양하게 분류되고 있으나, 포맷 제작사 분류를 기본으로 유통 측면에서 나누는 것이 일반적이다. 아마도 가장 오래된 포맷 장르로 이미 라디오방송 시대부터 시작된 퀴즈 프로그램과 같은 게임쇼가 여전히 가장 많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그 뒤로 탤런트 오디션 장르와 리얼리티·서바이벌 장르가 있다. 데이팅쇼 포맷과, 사람의 행동이나 외모, 집 등을 개선해주는 메이크오버 장르가 있으며, 드라마·시트콤 등의 각본을 가진 프로그램들은 각본과 더불어 제작 노하우까지 함께 상품화해 수출하는 스크립트 포맷도 인기다.

물론 이러한 분류 외에도 다큐멘터리가 강조된 리얼리티 다큐멘터리 장르, 몰래 카메라 장르 등 기타 장르 등도 있고, 장르끼리 활발한 융합을 통해 더욱 새로운 장르가 지속적으로 실험, 탄생되고 있기도 하다.

게임쇼는 프로그램에 일반인이나 연예인들이 출연해 질문에 답하거나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는 등 일반적으로 상금이나 상품을 놓고 겨루는 오락쇼를 말한다. 출연자의 구성과 게임의 구조는 프로그램의 고유 방식에 따라 다르지만 주로 개별 출연자가 미션을 수행하는 경우와, 일련의 출연자들이 그룹으로 나와 서로 대항하는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가장 오래된 역사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대표적인 포맷으로는 <누가 백만장자가 되길 원하는가?(Who Wants tobe a Millionaire?)>(영국), <가족대항전(Family Feud)>(미국), <가격을 맞추셨습니다!(The Price is Right!)>(미국) 등이 있다. 리얼리티·서바이벌 포맷은 포맷 산업을 전 세계에 확산시킨 매우 인기 있는 장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서바이버(Survivor)>(영국)의 인기와 <빅브라더(Big Brother)>(네덜란드)가 몰고 온 문화적 센세이션이 리얼리티·서바이벌 장르의 확산에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포맷의 특성상 시즌 전 과정을 통해 미션이 주어지고 이를 통과하지 못한 참가자가 심사를 받아 탈락해 나가는 ‘서바이벌’ 형식을 도입해 포맷의 긴장감과 재미를 더했다. 이후 이러한 형식은 포맷의 전 장르로 확대되어 데이팅쇼나 탤런트 오디션쇼에도 도입됨으로써 포맷의 전 장르가 리얼리티·서바이벌 장르의 하위 장르화하는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탤런트 오디션 포맷은 주로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거액의 상금 혹은 상품을 놓고 노래, 춤 혹은 다양한 재능을 겨루어 최고의 승자를 가리는 장르다. 전 세계 방송 시장에서 포맷 프로그램 중 가장 인기 있는 장르다. 현재 한국 리얼리티 포맷에서도 역시 인기 있는 장르여서 다양한 형태의 재생산이 이루어지고 있다.

방송 산업의 특성상 이미 인기 있는 연예인이나 스타들이 출연한다면 시청률을 일정 정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에 스타들을 출연시켜 새로운 분야의 재능을 요구하면서 스타들의 성장을 보여 주는 프로그램 포맷도 최근 들어 즐겨 제작되고 있다. 탤런트 오디션 포맷의 원조격인 <팝 아이돌(Pop Idol)>(영국) 프로그램을 비롯해, <브리튼스 갓 탤런트(Britain’s Got Talent)>(영국) 역시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이러한 포맷의 성공은 또한 유튜브 등 전 세계에서 접속하는 동영상 포털의 힘이 컸다. 화제가 되었던 참가자들의 동영상에 많은 사람들이 접속하면서 돌려보기를 하고, 이것이 다시 화제가 되어 프로그램의 인기로 이어지는 새로운 인기 구조를 가져오고 있는 것이다.

데이팅쇼 포맷은 TV 프로그램을 통해 싱글 남자와 싱글 여자들이 결혼 혹은 데이트할 상대를 찾을 수 있도록 인연을 맺게 하는 포맷이다.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져온 장르이긴 하지만, 게임쇼나 탤런트 오디션쇼 장르에 비해 그만큼 인기를 누리지는 못하고 있다. 단순히 데이트 상대를 찾아 주는 형식에서 점차 리얼리티·서바이벌 장르와 혼합되어 최후의 승자가 미인을 (혹은 왕자를) 차지하게 되는 포맷으로 진화하고 있다.

<블라인드 데이트(Blind Date)>(영국)를 비롯, <바첼러(The Bachelor)>(미국)와 같은 포맷들이 전형적이라고 할 수 있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자신의 짝을 그려 보다가 최종 선택 때에만 얼굴을 볼 수 있는 <데이팅 인 더 다크(Dating in the Dark)>(네덜란드)는 신선한 포맷으로 한국에서도 제작된 바 있다.

무언가를 변화시킨다는 뜻의 ‘메이크오버’ 포맷 역시 전 세계에서 인기를 누리고 있다. 메이크오버의 대상은 다양하다. 개개인의 외모는 물론, 취향이나 버릇도 포함된다. 사업 실패의 요인을 분석해 개선하거나 집을 고쳐 줄 수도 있다. 시청자들은 이러한 변화가 이루어지는 과정을 함께 지켜보면서 감동을 느끼기 때문에 변화가 이루어지기 전과 그 후가 더욱 차이가 날수록, 즉 극적인 대비가 크면 클수록 그 효과는 더욱 클 것이다.

초기에는 참가자의 외모를 성형수술을 통해 바꿔 주는 포맷(<스완(The Swan)>, <익스트림 메이크오버(ExtremeMakeover)> 등)이 인기를 누렸다. 최근에는 사회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의 집을 고쳐주거나 <익스트림 메이크오버: 홈 에디션>(네덜란드), 문화 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메이크오버 <맘 vs. 맘, 엄마가 바뀌었어요(WifeSwap)>(영국) 등 보다 교양 프로그램 요소가 강한 포맷으로 변화하고 있다.

‘스크립트 포맷’은 말 그대로 스크립트(script) 즉, 대본이 있는 포맷을 말한다. 드라마, 코미디 프로그램 외에도 소프오페라 장르 등이 포함된다. 포맷으로 유통되는 프로그램들은 주로 게임쇼나 리얼리티 포맷이 강세를 보이지만, 전 세계적인 드라마의 인기는 방송 산업으로 하여금 끊임없이 재밌고 흥미로운 스토리를 찾도록 하고 이에 대한 대답이 스크립트 포맷의 유통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서는 드라마뿐만 아니라 각본이 어느 정도 있는 다큐멘터리 기법의 포맷(<원 본 에브리 미닛(One born Every Minute)>, 영국)들도 인기를 끌면서 시장에서 수요가 더욱 많아지고 있다.

포맷 비즈니스는 어떻게 할까

포맷 산업이 지금처럼 크게 번창하게 된 배경으로는 물론 전 세계 방송 산업 환경의 변화와 국제화를 들 수 있지만, 그에 못지않게 포맷 비즈니스 자체의 우월한 시스템도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월하다’고 한 것은 포맷의 공급자 입장에서 본다면 하나의 잘 만들어진 포맷만으로도 매우 유리한 입장에서 지속적인 비즈니스가 가능한 체계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수요자 입장에서는 불평등한 관행들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우리가 포맷을 파는 입장이라면 이만큼 똑똑한 시스템을 만든 것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할 것이다. 포맷 비즈니스의 핵심은 포맷 바이블과 이를 통한 지역버전 제작(로컬라이제이션),그리고 포맷 저작권의 보호라고 할 수 있다.

‘포맷 바이블’은 포맷에 대한 모든 제작 노하우와 설명이 자세하게 정리되어 있는 제작 매뉴얼을 뜻한다. 프로그램의 내용과 구조는 물론, 무대 디자인에서부터 프로그램 그래픽, 음악 등 모든 가이드라인이 포함된다. 프로그램이 지향하고 있는 타깃 오디언스가 누구인지, 따라서 이상적인 편성 시간은 어떠해야 하는지도 포함된다(Moran, 2004). 경우에 따라서는 포맷과 관련된 부가사업 아이디어도 제공될 수 있다.

포맷 바이블은 완성본이 아니라 진행형이다. 포맷이 개별 국가에 판매되어 지역버전을 제작하는 횟수가 늘어날수록 포맷 바이블은 두꺼워진다. 각 지역의 제작 노하우와 시청률 등이 계속 업데이트되기 때문이다. 포맷 산업의 강점은 바로 이러한 각각의 지역버전 제작을 통한 노하우들이 총체적으로 정리되어 있어서, 이러한 포맷을 구매해 새로운 지역버전으로 제작하고자 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이점을 제공한다.

방송사들이 새로운 프로그램의 편성을 결정할 때 이미 얻어진 브랜드의 명성도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 제작에 반영되는 집적된 노하우 역시 프로그램의 품질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은 특히 자체 제작 콘텐츠가 많지 않거나 제작 기반이 미약한 작은 규모 국가들이 매우 활발하게 해외 포맷을 수입하고 있다는 점을 잘 설명해 준다. 또한 최근 포맷 제작의 경향은 엔데몰이나 프리멘틀, BBC월드와이드 등 커다란 포맷 제작자가 직접 전 세계 중요 지역에 제작사를 단독 혹은 합작으로 설립해 판매된 포맷의 프로그램 제작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는 경우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일단 바이블이 있다면 이를 근거로 포맷 프로그램을 지역버전으로 제작하게 된다. 이 과정이 포맷의 로컬라이제이션(localization)이다. 포맷이란 하나의 프로그램이 다른 나라로 수출되어 그 지역에서 제작될 수 있는 권리 즉, 라이선스를 판매하는 것이다. 새롭게 지역버전으로 제작되는 것을 처음부터 전제한다. 따라서 최대한 포맷의 본질을 살리되 각 지역의 문화 특성을 녹여내 자국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있도록 경계를 잘 살리는 것이 포맷 로컬라이제이션의 노하우가 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미 브랜드가 되어 버린 포맷의 타이틀조차 변경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다른 나라들에서는 일반인들이 게임의 참가자로 나오지만 시청률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면 연예인을 대신 출연시킬 수도 있다. 게임의 종류나 퀴즈의 내용 같은 것은 당연히 지역 사회 문화를 반영해 어느 정도 자유롭게 변경이 가능하다. 그러나 포맷의 보다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참가자 선정 및 평가 방식이나, 탈락의 구조 등은 좀처럼 변경이 어렵다고 한다.

포맷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저작권 보호에 대한 방안도 더욱 탄탄해질 것이다. 그러나 여전히 포맷에 대한 완전한 저작권 보호는 쉽지 않다. 불과 2000년 이후에 들어와서야 유럽과 미국의 법원 판결 사례를 통해 포맷에 대한 저작권 개념이 인정되기 시작했다. 저작권의 인정과 더불어 포맷 산업은 이후 급격하게 성장했다. 무료로 자유롭게 베껴 쓸 수 있다면 그것이 많은 돈을 주고 구매해야 하는 상품으로 존재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포맷의 보호와 관련해서 국제 기관으로는 ‘포맷인증및보호협회(이하 FRAPA)’와 ‘국제포맷변호사협회(IFLA)’가 있다.

한국 방송 시장과 포맷

현재 한국 방송 시장에서 해외 포맷 프로그램의 영향력은 특히 케이블 업계에서 제법 크다고 볼 수 있다. 2011년 통계에 따르면 현재 방송되거나 최근 종영된 포맷 프로그램은 27개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11). 그러나 이 외에도 정식으로 수입은 했으나 아직 편성이 결정되지 않은 포맷들까지 생각하면 그 수치는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미 CJ E&M은 국제 포맷업계에서 상당히 영향력 있는 구매자로 자리 잡고 있다. 탤런트 오디션 포맷 장르가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고, 그 안에서도 노래 실력을 겨루는 프로그램이 단연 인기지만 최근 종영된 <마스터 셰프>의 인기로 보아 향후 더욱 다양한 재능을 겨루는 포맷으로 확대될 수도 있을 것이다.

‘리얼리티·서바이벌’ 포맷 장르의 경우, 해외 포맷보다는 한국형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워낙 높아 해외 포맷이 설 자리가 없는 것 같다. 한국형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우선 일반인 참가자들이 아니라 연예인이 출연하는 형식이 주를 이룬다. 그러나 출연자 요소 외에도 해외 리얼리티·서바이벌 포맷과 가장 큰 차이는 포맷의 구성 요소 차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의 해외 ‘리얼리티·서바이벌’ 포맷에서는 에피소드마다 참가자들에게 주어지는 미션의 구조, 경쟁의 구조, 탈락의 구조 등 프로그램의 내용적 요소가 일관되면서도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다.

반면에 한국형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이러한 구조가 매우 느슨하고 대신에 출연자들이 고정되어 있다는 점이 가장 커다란 차이다(장용호․ 노동렬, 2010). 미션과 경쟁의 아이디어가 매회 프로듀서의 머릿속에서 즉흥적으로 주어지며, 바로 그러한 즉흥성에 출연자들이 얼마나 재치 있게 대응하느냐가 프로그램 재미의 관건이다. 이러한 재치는 아마도 일반인 출연자들에게는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다.

오랜 연예 프로그램의 경험에서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만한 대사나 반응들이 자연스럽게 나올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특성의 한국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라면 반드시 연예인의 출연, 그것도 이러한 상황 대처 능력이 뛰어난 연예인의 섭외가 프로그램 성패의 관건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바로 이러한 특성 때문에 한국 리얼리티 예능 프로그램이 포맷으로 만들어지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그렇다면 다른 장르의 포맷 수출 가능성은 어느 정도일까. 오랫동안 업계의 관심을 끈 <골든벨>(KBS)이나, <우리 결혼했어요>(MBC) 등은 포맷 라이선싱을 통해 이미 해외 버전이 제작되었다고 한다. 최근의 <나는 가수다> (MBC), <탑밴드>(KBS) 등도 포맷으로 해외 시장에서 관심을 받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추세라면 미국판 <나는 가수다>나 일본판 <탑밴드>를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다양한 장르의 국내 프로그램들이 완성된 포맷으로 제작되어 해외에 판매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포맷 산업을 위한 ‘시스템’이 제대로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은 오히려 프로그램 제작 전부터 포맷을 전제로 만들어져야 함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잘 만들어진 좋은 프로그램들 중에서 해외에 포맷으로 판매할 수 있을 만한 것들을 발굴하고, 이를 포맷으로 작업하는 일, 그리고 만약 포맷으로 판다면 지역에서 잘 제작될 수 있도록 바이블을 전달하고, 프로듀서를 보내 지원하는 일, 사후 감독을 통해 시즌이 끝나고 다음 시즌으로 지속적인 판매가 가능하도록 하는 일 등 총체적인 포맷 산업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뜻이다.

이미 많은 나라들은 포맷의 수입국으로서 선진국형 포맷 서비스를 받아본 경험이 있다. 때로는 제작사까지 진출해 그 나라에서 원한다면 완성본까지 제작해 넘겨주기도 한다. 이미 BBC월드와이드나 엔데몰, 프리멘틀 등 유명한 포맷 제작사들은 전 세계에 자신들의 제작사를 설립해 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단순히 하나의 포맷을 판매했느냐가 뉴스의 관심거리가 될 수는 있겠지만, 우리의 방송 환경이 이러한 서비스를 갖추고 있는가, 포맷이 판매된다면 그 이후 서비스를 어떻게 진행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도 꼼꼼하게 준비해야 할 사항이다.

아직까지는 포맷 판매보다는 드라마나 최근의 음악 콘텐츠까지도 완성본 판매에 대한 수요도 많고 판매도 용이해 포맷 수출에까지 신경 쓸 여력이 없다고 할 것이다. 그렇지만, 콘텐츠 산업의 진정한 경쟁력은 아이디어에서 나온다고 할 때 보다 새로운 창의 영역인 포맷 산업 역시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지원과 관심이 필요한 분야다.

참고문헌

  • 장용호 · 노동렬(2010년)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자기조직에 관한 연구: <1박 2일>과 <무한 도전>의 창의적 생산 방식을 중심으로. ≪방송과 커뮤니케이션≫ 11권 2호, 39∼89.
  •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2011년). 2010년 방송콘텐츠 수출입 현황과 전망. ≪KOCCA 포커스≫ 통권 33호. 2011. 3. 31.
  • FRAPA(2009년) The FRAPA Report 2009년: TV formats to the world.

    [네이버 지식백과] 프로그램 포맷과 콘텐츠 산업 (텔레비전 프로그램 포맷, 2013. 2. 25., 커뮤니케이션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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