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은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의 두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 이야기되는 일이 많다. 기초의학은 임상의학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적 학문으로 의학교육도 기초의학으로 시작되어 임상의학으로 진행되며, 기초의학은 임상의학에로의 진입에 교량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편의상 양자를 구분할 뿐이며 실제로 기초의학과 임상의학은 밀접한 연관을 가진 혼연일체이며 동전의 앞뒷면과 같은 관계인 것이다. 임상의학에서는 반드시 환자가 대상으로 등장하며 환자가 없이 임상의학은 성립할 수 없다. 환자는 질병을 가진 개체이기 때문에 임상의학에서는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질병론이 중심과제가 된다.
기초의학에서는 동물이나 세포 등을 대상으로 실험적 연구를 통하여 장기나 조직의 구조나 기능을, 또 질병의 병인을 탐구하는 영역으로서 해부학(조직학, 발생학 포함), 생리학, 생화학, 미생물학, 기생충학, 약리학, 예방의학, 병리학 등의 분야가 포함된다. 임상의학은 인간의 질병이라고 하는 아주 난해하고 복잡한 과제를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본질을 파악하기 위하여서는 ‘인간이란 무엇인가’, ‘질병이란 무엇인가’라는 의학의 큰 명제를 분명히 이해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 결국 임상에서는 기초의학의 연구성과를 인체에 응용하거나 적용하는 의료실천행위를 하게 되는 것이다.
원래 의학이란 말은 두 가지 의미로 씌어졌다. 하나는 medicine(의술)이며 또 하나는 medical science(의과학), 즉 의술의 기초가 되는 이론이다. 임상의학은 이론적 학문일 뿐만 아니라 동시에 그것을 실제로 실천하는 실천적 기술이다. 즉 의학인 동시에 의술이기도 하며, 의술을 동반한 의학인 것이다. 물론 올바른 임상의학이란 ‘학(學), 술(術), 도(道)’의 삼위일체로서 이 모두가 포함되어야 완성되는 것임은 이미 앞에서도 강조된 바 있다.
임상의학이 처음 생겼을 때 그것은 치료의 학(學)이었다. 그러나 그것은 이미 과거의 임상의학이다. 19세기말 이래로 임상의학은 질병의 예방을 중요한 사명으로 삼고 있으며, 오히려 현대임상의학의 특색은 예방에 있다고 하겠다. 따라서 임상의학은 질병의 ‘치료의 학(學)’일 뿐만 아니라 질병의 ‘예방의 학(學)’이어야 한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상의학의 제3의 사명에는 건강의 증진도 포함되어야 한다. 한 마디로 요약하면 과거의 임상의학은 치료의 학문이고, 현재와 미래의 의학은 예방의 의학, 건강증진의 의학이어야 할 것이다. 질병 중심의 소극적인 과거의 임상의학에 대하여 적극적인 건강증진이 현대의학의 사명이라고 말할 수 있다. 그러고 보면 오늘날 우리나라 교육편제상 기초의학에 들어 있는 예방의학은 어디에 속하는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기초임상의 경계가 불분명해지는 것이다.
오늘날 임상의학은 20세기에 이르러 더욱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되었다. 의학의 인접 과학의 발달과 기초의학의 발전은 그대로 임상의학의 발전에 연결되어 20세기 중엽 이후의 임상의학은 놀랄만큼 큰 성과를 거두게 된 것이다. 이와 동시에 임상의학의 발전과 근대화에 큰 역할을 한 것은 병원의 출현이다.
병원은 원래 hospis로서 손님을 숙박시킨다는 의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성지순례로 왕래하는 사람을 무료로 숙박시키고 병약자를 돌보아주고 한 데서부터 시작하여 나병, 콜레라, 페스트 등의 전염병 환자를 격리수용하는 목적으로 대개 기독교의 보급과 더불어 장려되었다. 그러던 것이 17세기경부터는 처음부터 일반환자를 수용하는 시설로서, 기독교의 자선사업으로 전개되었다. 빈곤계층의 환자를 수용하여 무료로 치료하였으며, 의료는 의사의 무료봉사로 시작되었으나 환자가 많이 모이게 되자 젊은 의사의 실기 수련장소로 변화되었다. 비슷한 증상을 가진 환자가 많이 모이게 되자 자연적으로 증상별 구분이 생기고 병리적인 해부가 성행하여 질병의 유형별 구분과 진단에 급속한 발전을 가져 왔다.
전문의사의 세분화는 근대의학에서 처음 생긴 것이 아니고 이미 고대 이집트를 위시한 고대 문명기의 의학에서 시작된 것이지만 19세기 후반부터 의학의 급속한 발전과 복잡화, 다양화는 의학영역의 전문화, 세분화 경향을 더욱 촉진시켰다. 그 중 임상의학분야의 전문화는 여러 분과원칙에 따라 분류되었는데 ① 환자의 특성에 따라서 소아과, 부인과, 성인(노인)과 ②질병의 특성에 따라서 정신과, 결핵과, 성병과 ③질병 발생의 장기계통에 따라서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비뇨기과, 신경과, 치과 ④의료기술의 특성에 따라서 내과, 외과, 산과, 방사선과, 마취과, 임상병리과 등으로 분류하고 있다.
이러한 임상의학의 전문분야는 국가별로 약간의 차이는 있으나 대개는 대동소이하며 의학의 최선진국인 미국의 경우에는 23개의 임상전문과목에 35개의 세부분과를 인정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는 의료법에 규정되어 있고 의학계에서 공인하는 임상의학의 전문과목은 23개로 다음과 같다.
①내과 ②신경과 ③정신과 ④일반외과 ⑤정형외과 ⑥신경외과 ⑦흉부외과 ⑧성형외과 ⑨마취과 ⑩산부인과 ⑪소아과 ⑫안과 ⑬이비인후과 ⑭피부과 ⑮비뇨기과 ⑯진단방사선과 ⑰치료방사선과 ⑱해부 병리과 ⑲임상병리과 ⑳결핵과 ㉑재활의학과 ㉒예방의학과 ㉓가정의학과
그리고 각 영역에 대한 소정의 전문적 수련을 마친 후 수련완료 유자격자에게 특정과목의 전문의 자격을 인정하여 주는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 한때 의학의 발전에 따라 질병은 완전히 소멸될 것으로 믿어 왔으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많은 감염성 질환이 퇴치된 반면 AIDS와 같은 새로운 질병이 등장하고 있으며, 산업화·도시화에 따른 노동재해, 직업병, 공해병 등의 문명병도 임상에 대두되고 있다.
의료의 결과 의료가 원인이 되어 병을 일으키는 의원병(醫原病)도 증가하고 있으며 인구의 노령화에 따라 성인병, 노인병으로 불리는 난치성 만성퇴행성질환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어 임상의학은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근래에 와서 의학과 의료기술 자체의 발전은 물론 분자생물학, 의공학 등 의학 인접 과학이 눈부시게 발달함에 따라서 의학의 전문분야에도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기존의 영역과는 다른 새로운 전문분야가 창출됨은 물론 임상의학은 더욱 전문화, 세분화, 초세분화되는 경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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