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유교 경전 중의 하나인 〈주역〉에 대한 해석학.
역(易)은 완결된 하나의 소우주이면서 '역은 전요(典要)를 이루어서는 안 된다'는 배리(背理)를 내포하고 있다. 괘와 그것에 붙은 점사(占辭)와 연계한 자의적(恣意的)인 것이 많으며, 점사 자체도 짧고 일종의 은어로 구성되어 있다. 또 64괘의 배열도 무질서한데, 이것은 반대로 어떠한 해석도 수용한다는 의미가 된다. 실제로 '역'은 우주의 일에서 사람의 일까지를 포함하는 큰 그릇인 것이다. 〈역경〉의 주석(註釋)이 다른 경전에 비해 훨씬 많고, 시대의 풍조나 주석자 개인의 정신상태를 민감하게 반영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주역〉이 5경 중의 하나로서 국가 공인 교과서로 취급되었던 한대(漢代)의 역학은 '한역'이라 불렸다. 그것은 64괘를 1년의 역(曆)으로 배당하여 각 괘는 해당하는 계절·월·일을 지배했으므로, 정치도 그 괘가 표시하는 이미지에 따라서 행해져야 한다고 여겼다. 이와 같은 역학은 맹희(孟熹)와 경방(京房)에 의해 주창되었는데, 그 기저를 이룬 것은 당시에 유행했던 천인상관설(天人相關說)로서 거기에서는 〈주역〉이 하늘과 사람의 일을 연관시키는 매개로 취급된다. 후한의 순상(荀爽)이나 삼국시대 오(吳)나라의 우번(虞飜)에 이르면, 괘효(卦爻)에 여러 가지 조작이 가해져 괘와 경문의 관계를 합리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주술적·기술적 한역에 대해, 〈주역〉을 철학서 내지는 지혜의 책으로서 파악한 사람은 위(魏)나라의 왕필(王弼)이다. 그의 역주(易注)는 훗날 유학자들로부터 노자의 영향에서 헤어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았지만, 〈주역〉을 번쇄(煩鎖)한 마술로부터 해방시키고 국가의 명운(命運)을 좌우하는 힘으로보다는 개인의 삶의 방법 쪽으로 돌린 것에 그가 이룬 일의 획기적인 의미가 있다. 이같은 〈주역〉의 해석을 한역의 '상수역'(象數易)에 대해 '의리역'(義理易)이라 부른다.
송대에 이르면 〈주역〉의 음양철학·태극론·우주론 등이 '도학'(道學)의 형성에 큰 영향을 주었는데, 역주에 대해서는 먼저 정이(程頤)의 〈역정전 易程傳〉을 들 수 있다. 이것은 자기의 철학에 의해 〈주역〉을 해석한 것이므로, 이 책에는 정이 말년의 깊은 사색의 궤적이 각인되어 있으며 정필주(正弼注)와 함께 의리역의 쌍벽을 이룬다. 한편 이 시대에 상수역의 재생을 기도한 소옹(邵雍)이 출현한 일은 간과할 수 없는 일이라 하겠다. 남송의 주희(朱熹)는 〈주역본의 周易本義〉를 저술하고, 〈주역〉은 점술서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에 의하면 점을 치는 사람의 물음에 대해 〈주역〉에서 나오는 괘효는 답인 동시에 그 사람에 대한 새로운 질문이 되며, 그것에 의해 점을 친 사람은 자기가 그 말에 적합한 사람인가의 반성을 강요당하게 된다는 것이다. 주자는 상수·의리가 나누어지지 않은 원초의 모습으로 〈주역〉을 되돌림으로써 이것을 윤리서로서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명대(明代)에는 내지덕(來知德)의 역주 외에는 볼 만한 것이 없지만, 천태종(天台宗)의 교의를 적용하여 〈주역〉을 해석한 우익지욱(藕益智旭)의 〈주역선해 周易禪解〉는 특이하다. 고증학이 발달했던 청나라에서는 역학 분야에서도 호위(胡渭)·혜동(惠棟)·초순(焦循) 등이 배출되어 한역의 복원에 힘썼으며, 역주를 통해 자신의 기일원론적(氣一元論的) 세계관을 전개한 명말청초의 왕부지(王夫之)의 견해가 이채롭다. 한편 스위스의 심층심리학자인 융과 그 일파가 〈주역〉의 메커니즘에 큰 관심을 가졌던 것은 〈주역〉의 현대적 의의로 보아 주목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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