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학
[ English Linguistics ]
외국어 표기 | Englische Sprachwissenschaft(독일어), Linguistique Anglaise(프랑스어), 英語學(한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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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개념 및 정의
영어학(英語學, english linguistics)이란 언어학(言語學, linguistics)의 한 분야로 개별언어인 영어를 다루는 학문이다. 일반적으로 학자들은 영어학을 언어학의 하위 개념으로 분류하고 인식한다. 즉 영어라는 특정언어를 모국어(native language/mother tongue)로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영어의 음성/음운적 체계, 단어와 구문, 문장의 구조와 의미 체계, 문자 체계 그리고 실생활에서의 언어사용이나 언어습득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때 그 지식을 보다 체계적으로 기술하여 이론적으로 정립하고자 하는 학문이 바로 영어학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른 개별언어학과는 달리 영어는 현재 전 세계에 존재하는 약 7천 개의 언어들 중에서 가장 넓은 지역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그리고 가장 다양한 방법으로 사용하고 있는 언어인 만큼 언어학이나 혹은 다른 개별언어학과는 차별화된 접근이 필요하다.
차별화된 접근에 대한 근거는 무엇보다도 영어학의 상위 개념이라고 할 수 있는 언어학에서의 연구결과물은 거의 대부분 영어학 연구라고도 볼 수 있을 만큼 영어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첫 번째로 들 수 있다. 많은 언어들에 나타나는 보편적인 특성에 대한 논의는 영어를 중심으로 하고 있으며, 다른 언어를 연구하는 경우에도 영어와 비교하여 같은 점과 차이점을 논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영어학의 하위 분야에 대한 분류를 일반언어학과 동일하게 하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 근거로는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어의 위치에 올라있다는 영어라는 특수한 성격과 지위로 인해 오히려 영어의 역사적 변화에 대한 관심이 다른 어떤 언어보다 높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영어학 학문 분야에 대한 소개에서는 언어학의 일반적인 하위분류를 따르기보다는 영어의 시기별 모습이나 변화를 연구하는 내용에 대한 소개가 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와 더불어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사용되고 있는 지역영어의 특징이나 사용 현황에 대해서도 언급할 가치가 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를 비롯하여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나라에서는 영어를 배우고자 하는 열기가 높으므로 영어는 어떤 소리 체계를 가지고 있는지 소리언어와 문자언어 사이에 관계는 어떻게 되는지 등의 영어라는 특정언어의 음성음운론에 대한 내용도 언급되어야 할 것이다. 따라서 영어학의 하위분류를 영어사(英語史, history of English), 고대/중세영어, 그리고 영어음성음운론으로 나누기로 한다.
영어학이라는 학문에 대한 소개에 앞서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도록 한다. 영어는 인도유럽어족(Indo-European language family) 중에서도 게르만어족(Germanic)에 속하는 언어이다. 역사학자 비드(the Venerable Bede, 673~735)의 『영국인의 교회사(Ecclesiastical History of the English People, 731)』에 따르면, AD 449년 당시 오랜 기간 계속되었던 영국 섬에서의 로마군 점령시대가 종료된 후(AD 43~410) 무방비 상태에 있었던 켈트족이 북쪽으로부터의 스코트족(Scots)과 픽트족(Picts)의 침입을 막기 위해 유럽 대륙의 북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게르만 민족에게 도움을 청했고 이에 게르만 민족이 영국 섬에 도착하면서부터 영어라는 언어가 태동되었다. 원래 켈트어(Celtic)를 사용하는 켈트 민족(Celts)이 살았던 영국 섬, 브리타니(Brittany)는 그때부터 앵글족과 색슨족으로 대표되는 게르만 민족의 후손들이 사는 영국(England, 앵글족의 나라라는 뜻)이 되었고 그 언어 또한 영어(English, 앵글족의 언어라는 뜻)가 되었다. 이후 천 오백년 동안 수많은 역사적인 사건을 겪으면서 영어의 내적인 모습 또한 많은 변화를 겪게 되었고 따라서 오늘날의 영어는 최초의 고대영어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갖게 되었다.
현재 영어는 전 세계 55개국에서 모국어 또는 공용어로 사용되고 있으며 그 분포는 하나의 대륙에 머물러 있지 않고 전 세계 5 대륙에 모두 퍼져있다는 것이 다른 언어의 분포와는 다른 특이한 점이다. 사용자 또한 모국어 화자는 3억 7천만 명에 불과하여 화자 수에 있어서는 중국어에 훨씬 뒤지고 있으나 제2언어와 공식어(official language) 화자 약 4억 명과 공용어(lingua franca)로 영어를 사용하는 화자 약 8억 명까지 합하면 다른 언어의 추종을 불허할 만큼 많은 화자를 넓은 지역에 걸쳐 갖고 있는 세계 유일의 언어라고 볼 수 있다.
영어의 장단점을 살펴보면 먼저 장점은 어휘의 방대함과 굴절체계의 단순함, 그리고 자연성(natural gender)을 따른다는 점과 함께 국제성(cosmopolitanism)을 들 수 있다. 단점은 철자와 발음 사이의 불일치가 심하며 관용적인 표현(idiomatic expressions)이 다른 언어에 비해 비교적 많음으로 인해 언어습득이 쉽지는 않은 언어라는 것이다.
영어를 본격적으로 학문의 대상으로 연구하게 된 것은 영국에서의 르네상스(Renaissance)와 셰익스피어 시대를 지나 초기 현대 영어 시기에 들어와서야 비로소 시작되었다고 할 수 있다. 구어(spoken language)로는 천년이 넘는 오랜 기간 동안 모국어로 사용해왔음에도 불구하고 문어(written language)에서는 1500년대까지만 해도 라틴어(Latin)와 프랑스어(French)에 밀려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16세기 후반에 들어서면서 모국어에 대한 가치를 인식하기 시작한 영국인들에 의해 영어를 교정(‘correct’)하고 순화(‘purify’)하여 보다 확실하게(‘ascertain’) 규범적(‘prescriptive’)인 언어로 만들고자 하는 시도가 나타났다. 따라서 영어학의 역사적 시작은 초기 현대 영어 시기에 시작된 문법서와 사전 출간에서부터 거슬러 올라가는 것이 옳다고 판단된다.
2. 역사와 발전단계
영어를 체계적으로 연구하려는 움직임이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보기 전에, 권위를 가진 사람이나 기관이 법과 자유와 상거래를 감독하는 것처럼 언어 또한 감독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조지프 애디슨(Joseph Addison, 1672~1719)과 조너선 스위프트(Jonathan Swift, 1667~1745)의 제안에 따라 영어 한림원(翰林院, the English Academy)을 만들고자 했던 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당시 프랑스에는 이미 프랑스어 한림원(, Académie française)이 설립되어 있었다.
그러나 언어는 변화할 수밖에 없으며 변화하는 언어는 권위만으로 누를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학자들의 반대로 이 제안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후 모범적인 영어를 만들기 위해 영어를 연구하는 학자들의 노력은 문법서와 사전 출간이라는 결실로 나타나게 된다. 『초급영문법(The Rudiments of English Grammar, 1761)』을 발간한 조지프 프리스틀리(Joseph Pristley, 1733~1804), 『영어문법개론(Short Introduction to English Grammar, 1762)』을 발간한 로버트 라우스(Robert Lowth, 1710~1787) 등을 비롯하여 18세기 후반과 19세기에 적어도 856권의 규범문법서들이 발간되었다. 규범문법은 20세기 초에는 ‘전통문법’이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문법서와는 별도로 영어의 기원에 대한 연구도 18세기 후반부터 시작되었다. 1786년에 윌리엄 존스 경(Sir William Jones, 1746~1794)은 인도의 산스크리트어와 영어가 조상이 같은 한 어족,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언어라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후 인도유럽어족과 여기 속하는 언어들의 역사적인 변화에 대한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라스무스 크리스티안 라스크(Rasmus Kristian Rask, 1787~1832)와 야코프 루드비히 카를 그림(Jacob Ludwig Carl Grimm, 1785~1863)은 그림의 법칙(Grimm’s Law)을 발표하여 인도유럽어에서 게르만어로의 음 변화를 설명했다. 이후 역사언어학(歷史言語學, historical linguistics)은 비교방법(comparative method)을 사용하여 동족어(cognitive words)를 통해 과거의 언어를 재구(reconstruction)하고 어족을 분류하는 등 인도유럽어족에 속하는 많은 언어들의 비교연구에 대한 수많은 결과물을 생산하면서 한동안 시대의 흐름을 주도했다.
현재, 영어학의 한 분야라고 단정할 수는 없으나 영어 단어의 기원과 정확한 발음, 철자, 그리고 사용에 대한 학문적인 탐구는 사실 역사적으로 볼 때 사전 집필에서부터 시작했다고 볼 수 있다. 사전은 영국에서 처음 만들어진 것으로 초창기에는 두 가지 언어, 즉 다른 언어에서 차용된 어휘들의 의미를 영어로 쉽게 설명하려는 의도에서 만들어졌다. 따라서 로버트 코드리(Robert Cawdrey, 1538~1604)의 『알파벳 순서로 된 단어일람표(A Table Alphabeticall, 1604)』처럼 라틴어와 희랍어 등의 차용어를 설명하는 단어집 형태로 출간되기 시작했으며 이후 수많은 사전들이 만들어졌다.
사전을 출간하지는 않았지만 사전의 필요성을 주장함과 동시에 영어 철자 체계가 오늘날의 모습을 갖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리처드 멀캐스터(Richard Mulcaster)의 『초급문법 첫 권(The First Elemantarie, 1584)』의 영향도 영어에 대한 연구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학문적 성과이다. 1755년에는 근대적 의미에서의 첫 사전인 『영어사전(A Dictionary of the English Language)』이 새뮤얼 존슨(Samuel Johnson, 1709~1784) 박사에 의해 출간되었다.
20세기에 이르러 1100년 이후 사용된 모든 영어 단어의 어원과 용례를 기록한 방대한 규모의 『옥스퍼드 영어사전(Oxford English Dictionary)』이 1928년에 제1판, 1989년에는 제2판으로 발간되었다. 2000년대 이후로는 온라인(www.oed.com)에서 등재 단어수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어원과 용례에 대한 연구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다.
영어 문법이나 혹은 역사적인 기원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영어의 철자와 발음 사이의 연계 및 음성음운체계에 대한 학자들의 관심 또한 일찍부터 높게 나타났는데 먼저 영어의 발음에 대한 첫 기록자이며 음성철자를 주장한 존 하트(John Hart ?~1574)의 『철자(An Orthographie, 1569)』에서부터 18세기 토마스 셰리든(Thomas Sheridan, 1719~1788)과 존 워커(John Walker, 1705~1776), 알렉산더 존 엘리스(Alexander John Ellis, 1814~1890)와 『영어의 소리(The Sounds of English)』를 출간한 헨리 스위트(Henry Sweet 1845~1912) 등의 학문적 업적들을 발견할 수 있다.
이들의 영어 음성/음운 체계에 대한 연구는 영어의 발음과 철자 사이에 존재하는 비 규칙적인 관계를 개선해보려는 철자개혁 움직임과 맞물리면서 음운 체계 자체에 대한 연구보다는 보다 음소문자(音素文字)의 원칙에 가까운 철자를 위한 철자개혁에 대한 논의가 한동안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이 시기에는 영미 양국에 철자개혁협회(the Spelling Society, the Spelling Reform Association)가 활발하게 활동을 하면서 영어철자와 발음 사이에 일관되지 못한 관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으로 접근하면서 철자개혁에 열렬하게 주창한 학자들이 많았으나, 지금은 형태론적인 상관관계나 어원을 잘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철자 체계가 최적의 체계라고 보는 학자들이 많다.
한편 17세기에 들어서면서 미국으로의 이주가 시작되고 드디어 1776년 미국은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하게 된다. 이후 미국에서는 영국과는 다른 독립된 개체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영국과는 다른 모습을 확립하려고 노력했는데, 이에 미국주의(Americanism)라는 개념이 정치, 사회, 문화, 경제뿐만 아니라 언어에서도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 영어는 크게 두 가지의 형태로 나뉘게 되는데 기존의 영어에서부터 발전된 영국 영어와 17세기부터 새롭게 태동한 미국 영어이다. 영어학이라는 학문 분야에 관한 한, 두 가지 형태에 대한 연구가 전혀 다르게 개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영어학의 하위 분야 중 하나로 미국 영어와 영국 영어의 비교연구도 포함될 수 있다.
미국 영어는 어휘와 철자, 발음, 문법에 있어서 영국 영어와 차이를 보이는데 특히 철자에 관한 한 노어 웹스터(Noah Webster, 1758~1843)의 영향이 컸다. 영국의 식민 정책(植民政策, colonial policy)으로 인해 세계의 각 지역에서는 영국 영어를 기원으로 하는 지역 이형들(오스트레일리아 영어, 뉴질랜드 영어 등)을 많이 발견할 수 있는 반면, 미국 영어는 북미 대륙, 즉 미국과 캐나다, 그리고 필리핀 등에서 부분적으로 발견할 수 있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언어학 연구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먼저 20세기 초반에는 전통문법학자들에 의해 영어학 연구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 있다. 전통문법(傳統文法, traditional grammar)은 희랍문법과 라틴문법(latin grammar)의 범주 체계를 가지고 영어의 문법 현상을 기술하고 설명하는 데에 목표를 둔 과학문법(科學文法, scientific grammar)이라고 볼 수 있다.1) 영어라는 언어 자체가 가지고 있는 여러 문제에 대해 영어가 변화하는 역사적인 자료를 분석하여 해답을 찾기도 하고, 같은 어족에 속하는 언어들을 비교하거나 더 나아가 인간 언어에 나타난 보편적인 원리를 비교 분석함으로써 그 해답을 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통문법학자들 중에서도 특히 영어 문법에 관련된 『역사적인 원리에 입각한 현대 영어문법(Modern English Grammar on Historical Principles, 1860~1949)』을 비롯하여 수많은 저서를 출간한 옌 오토 해리 예스페르센(Jens Otto Harry Jespersen, 1860~1943)을 대표학자로 꼽을 수 있다.
전통문법 이후의 흐름을 보면 프랑스의 페르디낭 드 소쉬르(Ferdinand de Saussure, 1857~1913)와 러시아 출신 미국의 언어학자 로만 오시포비치 야콥슨(Roman Osipovich Jakobson, 1896~1982), 미국의 구조주의 언어학자 레너드 블룸필드(Leonard Bloomfield, 1887~1949) 등이 등장하면서 언어를 과학적 분석의 대상으로 보는 언어학 연구, 특히 구조주의(構造主義, structuralism) 언어학이 새롭게 각광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가지 않아 구조주의 언어학은 1957년 미국의 에이브럼 놈 촘스키(Avram Noam Chomsky, 1928~)가 변형생성문법(變形生成文法)을 주장하는 『통사구조(Syntactic Structures, 1957)』를 출간하면서 자연주의적 언어학으로 대체되었다.
촘스키는 1950년대 당시의 학계를 주도하고 있었던 행동주의(行動主義, behaviorism)를 비판하고 인간은 타고난 언어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혁신적인 이성주의(理性主義, ratioalismus) 언어학을 주장했으며 더 나아가 모든 언어에 적용되는 보편문법(universal grammar) 연구를 추구했다. 이때부터 영어학은 언어학의 흐름과 함께 진행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영어를 대상으로 하는 개별언어학이긴 하지만 다른 언어들에도 적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과학적 분석방법을 사용하여 음성, 음운, 형태, 통사, 의미체계에 대한 연구와 함께 모국어나 제2언어, 또는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대상으로 하는 언어 습득, 코퍼스(corpus)를 활용한 특정 맥락에서의 언어 사용 체계에 대한 분야별 연구, IT기술을 접목한 기계 번역이나 컴퓨터언어학(-言語學, computational linguistics)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더욱 깊이 있는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3. 우리나라의 영어학 연구
우리나라에서의 영어학 연구동향을 이야기할 때에는 학자들은 대체로 네 가지 시기로 구분하고 있다. 제1기는 1924년에서 1945년까지 일제 강점기이고, 제2기는 1945년에서 1960년까지의 시기를 말하며, 제3기는 1960년에서 1990년까지, 제4기는 1990년 이후 오늘날까지의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제1기인 일제 강점기에 경성제국대학(京城帝國大學)의 영문과로부터 시작된 영어학은 1924년부터 1945년까지 20년 동안 경성제국대학의 영문과가 중심적 역할을 할 수 밖에 없었는데 이는 당시 우리나라에는 3년제 인문·전문학교(보성전문학교, 연희전문학교 등)가 여러 개 있었으나 영어·영문학을 전공하는 학교는 경성제국대학이 유일했기 때문이다.
제2기인 1945년에서 1960년은 독립국가로서 새로운 학문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인 시기로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열풍과 함께 영어학에서는 기술구조문법(descriptive-structural grammar)을 받아들인 시기였다. 특히 영문법은 학자들뿐만 아니라 영어를 배우려는 모든 학생들이 반드시 공부해야하는 필수 교과목이기도 했다. 이 시기에 많은 대학에서 영어영문학과(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를 설립했다.
제3기는 1957년에 나온 촘스키의 『통사구조』를 출간으로 시작된 생성문법(generative grammar)의 시대라 할 수 있다. 이 시기에는 미국에서 언어학 박사학위를 취득한 많은 학자들이 귀국하여 대학에 자리 잡음으로써 본격적인 영어학 연구가 수행되었고 그로인해 수많은 학문적 연구결과물을 양산하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제4기인 1990년 이후 지금은 생성문법의 열풍이 휩쓸고 지나간 후 오히려 문법보다는 언어학에서의 다른 여러 하위분류 분야에 대한 진지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즉 이론적인 분석의 틀을 추구하는 순수영어학보다는 영어교수법이나 교재, 학습평가 혹은 분야별 영어사용 등 영어교육을 포함하는 응용영어학이나 사회영어학 분야가 더 각광을 받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영어학 전체에서 볼 때 이전 시기와 비교해보면, 다른 인문학(人文學, humanities)들과 마찬가지로 보다 실용적인 학문들, 즉 기술과학(記述科學, descriptive science) 분야의 학문이나 경영경제 등의 사회과학(社會科學, social science) 학문에 밀려 영어학이라는 학문 자체의 입지는 많이 좁아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 긍정적으로 보자면 현재 영어학은 인문학이 겪고 있는 보편적인 위기를 함께 나누고 있지만 이 위기를 나름대로 극복함으로써 재건과 발전을 위해 새로운 진로와 목표를 모색하고자 하는 성찰의 시기라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학자들의 대표적인 연구 업적으로는 한국의 대표 영어학자인 조성식(1922~2009) 교수가 편집주간을 맡아 집필한 『영어학사전(1990)』-사전 집필에 참여한 학자는 모두 130명으로 122권 분량의 명저해제(名著解題)가 특징이다.-과 한국문화사에서 나온 『신영어학총서』가 있다. 각 분야의 대표학자들이 집필한 『신영어학총서』는 조성식의 『영문법론』, 전상범의 『영어학개론』, 박영배의 『영어사』 등 영어학의 전 분야를 망라하는 내용들이 총15권의 책으로 발간되었다.
4. 대학 현황과 진로의 탐색
현재 우리나라 대학(종합대학교와 2년제 이상의 전문대학을 포함)에 개설되어 있는 영어영문학과(english language and literature)는 169개이며, 영어과 60개, 영어 전공 29개를 합하면 모두 258개로 거의 모든 대학에 영어 관련 전공학과가 개설되어있다고 볼 수 있다(대학알리미: www.academyinfo.go.kr 참조). 일반적으로 영어영문학과는 영어학과 영문학(英文學, english literature) 두 분야로 나누어 전공과목을 개설하고 있다. 영어학 분야에서는 음성, 음운, 형태, 통사, 의미론 분야와 담화 분석 등의 사회언어학(社會言語學, sociolinguistics)과 영어 교육(english language training) 등의 다양한 교과목들이 개설되어있다. 영문학 분야의 개설 교과목에 대해서는 영문학 학문 분류를 참조할 수 있다.
물론 1990년대와 비교해볼 때 영어영문학과는 영어라는 언어에 대한 언어과학적인 접근이나 영어로 쓰인 문학 작품에 대한 순수 학문적인 연구보다는 더욱 실용적인 접근을 선호하고 있어 현재 각 대학마다 실용 영어(practical english)나 영미문화, 혹은 지역학(地域學, regional studies)에 대한 과목들이 전보다 훨씬 더 많이 개설되어있는 것도 특징적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경우에는 영어영문학과라는 명칭보다는 영어과 또는 실용 영어과, 영미문화 전공 등의 명칭을 사용하기도 한다.
영어영문학과의 졸업생은 영어학이나 영문학 학자 또는 교수와 같은 전공 학문 분야로 진출하기 보다는 일반 기업체에 취업하는 경우가 많으며 무엇보다도 특이한 점은 다른 전공분야 출신보다 훨씬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반 기업체뿐만 아니라 방송, 언론, 교직, 교재 제작 및 출판, 국제기구 등에도 진출하고 있다. 최근의 경향으로는 과거에는 한시적이거나 혹은 이직을 위한 중간 단계 직장에 불과했던 초·중·고등학생(유치원 포함)의 사교육 관련 교사직에 상당한 수가 평생직장으로 근무하고 있다는 사실을 언급할 필요가 있다.
전공학문을 계속 공부하기 위해서는 국내 대학의 박사과정으로 진학하는 경우도 있지만 영어권 국가에 있는 대학의 박사과정에 진학을 하는 경우가 더 많다. 이 분야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경우 대학의 교원이나 혹은 각종 교육기관의 전문교수요원 및 인문학 관련 연구소의 연구원으로 진출할 수 있다.
5. 주요 용어 및 관련 직업군
1) 주요 용어
• 공식어(official language): 특정국가에서 법적인 효력을 갖는 언어를 말한다. 주로 다인종 국가에서 많은 언어들이 사용되고 있는 경우에 해당 국가의 정부에서는 제한된 숫자의 특정언어에게 행정/사법/입법에서 사용되도록 공식어의 지위를 부여하게 된다.
• 공용어(lingua franca):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화자들이 만났을 때 의사소통을 위해 공통적으로 알고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데 이때의 언어를 공용어라고 한다. 원래 ‘lingua franca’는 지중해 지방에서 상거래를 위해 사용되던 피진(pidgin)의 이름이었으나 언어 자체는 사라지고 이름만 남아 공용어라는 뜻으로 사용된다.
• 비교방법(the comparative method): 서로 다른 언어나 방언이 동일 계통의 조상어(ancestor language)에서 유래되었다고 가정하여 이들 자손어(daughter language)들에서 유사한 의미를 지난 단어들을 조사하고 대응관계를 발견하고 다시 재구성하는 방법을 말한다.
• 동족어(cognitive words): 비교방법에서 사용되는 자료들로 현재는 서로 다른 언어이지만 과거에 동일한 어원에서 유래되었다고 판단되는 단어들을 말한다.
• 재구(reconstruction): 동족어에 대한 비교방법을 사용하여 과거의 언어를 다시 구성하는 작업을 말한다.
• 코퍼스(corpus): 우리말로는 말뭉치라고 부르는 것으로 글 또는 말 텍스트를 모아놓은 것이다. 신문, 잡지, 책뿐만 아니라 인터뷰나 연설 등의 다양한 종류의 텍스트를 모아놓은 코퍼스를 활용하여 특정 맥락에서의 언어 사용을 분석하는 학문은 코퍼스언어학(corpus linguistics)이라고 부른다.
2) 관련 직업군
• 영어학자(대학교수, 연구원 등)
• 영어 교사(유치원 및 초·중·고등학교 교사, 사설 학원강사)
• 국제기구 종사자
• 국제 경제 관련 기관(세계은행, IMF, 유엔개발계획 등)
• 신문, 방송 등 언론기관
• 일반 기업체
참고문헌
- 김명숙, 김준호 공저(2010년), “영어의 표준화와 규범화에 대한 통시적 고찰”, 『영어학연구』, 제6권(3호), 1~22쪽.
- 이환묵(1999년), 『영어전통문법론』, 아르케.
- 조성식(1990년), 『영어학사전』, 신아사.
- 홍성심, 이봉형, 서진희, 김광섭 공저(2004년), 『영어학 강의(개정판)』, 한국문화사.
- Denham, K. & A. Lobeck 공저(2013년), Linguistics for Everyone(2nd ed), Cengage.
- Scrag, D. G.(1974년) A History of English Spelling, Manchester University Press.
출처
제공처 정보
저자 김명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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