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석박사과정]

정치철학/정치이론 [political philosophy/political theory]

한신학 han theology 2017. 2. 20. 15:37

정치철학과 정치이론은 서양 정치사상자에 대한 책에서는 종종 호환()적으로 사용되고 있다. 정치철학이라는 말은 철학의 일부문인 것, 즉 전체와 부분의 관계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정치이론이라는 말은 이론과 실천의 통일이나 대립 또는 이론과 실제의 관계 등이라는 표현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이론(관조())과 실천(행위)의 구별 또는 긴장을 전제로 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정치적 생활에 관한 포괄적(일반적)인 이해가 사람들의 공동생활을 이끌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정치철학이나 정치이론이 일치하고 있어 양자가 호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에도 이유가 있다(단, 롤스(John Bordley Rawls)의 『정치적 자유주의』(1993) 이후 포괄적인 교설()은 자유로운 정치사회를 지지하는 이론으로 충분하지 않다는 견해도 있다). 여기에서는 정치철학이라는 말을 사용하지만 정치철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이해도 연구자에 따라 다양하기 때문에 주로 레오 스트라우스(Leo Strauss)(1899~1973)의 이해를 참고하고자 한다.

스트라우스에 의하면 첫째로, 정치철학의 의미와 그 특징은 철학이 아테네에 출현한 이래 항상 명백하였다. 즉, 정치철학이란 ‘정치적 사항의 자연 본성을 진실로 알고자 하는 것이며, 올바른 정치적 질서 또는 선한 정치적 질서를 진실로 알고자 하는 시도’이다. 여기에서 정치철학이라는 표현에 있어서 ‘철학’은 근원적이고 포괄적인 취급의 양식을 가리키고, ‘정치’는 주제와 기능을 가리키고 있다. 정치철학은 정치적 생활에 있어서 유의적()인 양식으로 정치적 문제를 다투는 것이다. 따라서 그 주제는 정치행태의 목표, 그 궁극적 목표와 동일하다. 정치철학의 테마는 인류의 위대한 여러 목적, 자유와 통치 또는 지배 즉, 모든 인간으로 하여금 그 비참한 자신을 초월하여 향상시킬 수 있도록 하는 목적이다. 둘째로, 그러나 정치철학의 보다 깊은 의미는 정치적 공동체라는 법정 앞에서 철학을 정당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철학은 허용될 수 있으며 바람직하고 또한 필요하다는 것을 시민에게 증명하기 위해서 철학자는 일반적으로 동의되어 있는 전제 또는 의견에서 출발해야 한다. 즉, 그는 문답법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이 의미의 정치철학이라는 표현에 있어서 ‘정치’는 주제라고 하기보다 취급의 양식을 제시하고 있다. 즉, 정치철학은 주로 정치의 철학적 취급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철학의 정치적 또는 민중적 취급 또는 철학으로의 정치적 입문 즉, 능력 있는 시민들, 그들의 능력 있는 자녀들을 정치적 생활에서 철학적 생활로 이끄는 시도를 의미하고 있다. 셋째로, 정치철학의 의미로서 특히 강조되어야 하는 것은 그것이 실천적 의의 또는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철학이 가능하면 그 일부분으로서의 정치철학도 영원히 기본적인 정치적 선택폭의 이해로서 성립 가능하다. 그러나 정치철학이 그러한 선택폭에 대한 단순한 이해에 그친다면 그것은 실천적인 가치를 전혀 갖지 않게 된다. 즉, 무엇이 현명한 행위의 연구 목표인가 하는 물음에 답할 수 없으며, 따라서 결정적인 선택을 맹목적인 결단에 맡기게 될 것이다. 스트라우스에 의하면 플라톤(Platōn)에서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에 이르는 모든 정치 철학자 및 자연권논자는 정치상의 기본적 문제의 최종적 해결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고 가정하고 있었다.

이러한 스트라우스의 정치철학 일반에 대한 이해에는 철학을 하늘에서 지상으로 끌어내린 소크라테스(Sōkratēs)의 영위()와 그 죽음의 의미에 대한 통찰이 포함되어 있으며(정치)철학이 어느 시대에나 사회에 있어서 위험한 영위라는 인식이 있다.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ēs)에 의하면 최초의 철학자들은 ‘자연에 대해서 말한 사람들’로 그들 이전의 ‘신에 대해서 말한 사람들’과 구별되었다. 즉, 자연은 철학자들에 의해 발견되었으며 그것은(차별의 용어가 아니라) 구별의 용어였다. 아마 자연의 발견 이상으로 정치 철학사상 최대의 발견은 없을 것이다. 그것은 예를 들면 자연의 법과 인위(작위, 사회)의 법의 구별을 유도하였다. 소피스트인 안티폰(Antiphōn)이나 플라톤의 『고르기아스』에서의 칼리크레스(Kalliklēs), 『국가』에서의 트라시마코스(Thrasymachos) 등에 의해 정의()란 강자의 자연적인 권리이며 이른바 사회의 법은 적대적 집단에 대해 사람들이 상호이익을 위해 단순히 계약을 체결한 소산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러한 고대의 사회계약설은 에피쿠로스(Epikouros)의 다음과 같은 교설()에 간략하게 정식화되어 있다. ‘정의는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은 오히려 언제, 어떤 장소에서 인간의 상호적 교통 시에 서로 가해하거나 가해되지 않는 것에 관하여 체결된 일종의 계약이다’( 역 『에피쿠로스 교설과 편지』). 에피쿠로스의 정의관은 정의를, 아니, 정치생활 일반을 단순한 인위(작위)의 소산으로 보는 사상으로 그 콜로라리로서 ‘은둔하여 살자’라는 그의 처세훈 또한 정치는 인간의 자연 본성에 반한다는 근본적인 사상을 표현하고 있다.

대조적으로 에피쿠로스와 마찬가지로 작위()와 자연의 구별을 기준으로 하면서 최선의 국가를 구상한 소크라테스에 의하면 정의또는 정치는 인간의 단순한 작위(계약)의 산물이 아니라 오히려 인간의 자연에 어울리는 것이라는 것이다. 자연을 있는 그대로 관조()한 철학자는 소크라테스 이전에도 확실히 존재하였지만 인간적 사항을 근원적으로 질문한 소크라테스를 정치 철학자의 효시로 보는 것은 이유가 있다(철학과 정치철학의 관계는 전체와 부분의 관계일 뿐만 아니라 전자와 후자의 시간적인 전후 관계이기도 하다). 그리고 소크라테스와 플라톤에 의한 ‘도시와 인간’의 관계의 파악은 정치학의 창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인간은 자연에 의한 정치적 동물(존 폴리티콘)이다’(『정치학』 1253a)라는 사상에 계승된 것이다.

그런데 고대의 정치철학과 근대 이후의 정치철학의 차이를 구분 짓는 지표를 몇 가지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역시 ‘자연’과 ‘작위’에 대한 태도의 변화가 정치철학의 내용에 미친 영향을 지적해 두어야 한다. 한편으로 자연에 대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목적론적 자연관은 데카르트(René Descartes)와 홉스(Thomas Hobbes)류의 기계론적 자연관에 의해 대신되었지만, 다른 한편으로 아리스토텔레스적인 인간의 불평등관을 대신하여 인간의 여러 능력의 평등이 주장되었다. 이러한 변화에서 알 수 있듯이 근대의 정치철학은 사회계약론에 의해 특징된다. 사회계약론의 황금시대는 특히 홉스, 로크(John Locke), 루소(Jean-Jacques Rousseau) 및 칸트(ImmanuelKant) 등에 대표되는 근대의 고전적 계약론자에 의해 구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근대 유럽의 주권국가의 성립시기와 거의 유사하다. 근대의 사회계약론에 의하면 정치사회는 자유롭고 평등한 개개인이 자연상태에서 보호유지 하고 있는 자기보존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가지 자연관을 보다 확실하게 실현하기 위해 동의()에 의해 형성된 것이다. 이 사상은 인간이 태어나면서(자연적인) 사교성, 즉 상술한 ‘인간은 자연에 의한 정치적 동물(존 폴리티콘) 개념의 부정()을 함의()하고 있다. 자연권, 자연법, 자연상태라는 용어가 정치 철학자들에 의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더욱더 ‘자연’이 규범적인 의미를 포함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말하면 실제로 ‘자연상태’는 인간이 그것을 향해 노력해야 하는 목표가 아니라 오히려 거기에서 탈출해야 하는 단순한 최초의 출발점이라는 소극적인 의미만을 가지고 있다. ‘자연’이 인간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적극적인 지침은 아니라는 것을 이 사실보다 확실하게 말하고 있는 것은 없을 것 이다.

근대정치철학의 창시자가 마키아벨리(Niccolò Bernardo Machiavelli)인가, 그렇지 않으면 홉스 인가는 어찌 되었든 근대는 또한 인간의 자연적인 욕망을 해방한 시대이기도 하였다. 절제나 검약은 미덕이 아니라 소비와 무한의 소유욕, 획득욕이 인간의 자연이라고 보았다. 확실히 근대의 자유주의는 이러한 욕망 지향을 거부한 칸트의 도덕철학과 같은 자율을 강조하는 이상주의가 출현하였지만 결국 공리주의 사상에 길을 양보하게 되었으며 경제적으로는 자본주의가 진전되었다. 이러한 ‘욕망의 체계’로서의 근대 시민사회는 결국 많은 모순을, 특히 경제적인 빈부 격차의 확대와 그것에 따른 윤리적 퇴폐를 경험하게 된다. 이러한 모순은 예를 들면 헤겔은 그러한 모순을 ‘인륜으로서의 국가’에 의해 지양되어야 한다고 하였고, 마르크스(Karl Marx)나 레닌은 프롤레타리아트의 폭력 혁명에 의한 계급 없는 사회의 성립에 의해 인류의 해방으로서 해결하고자 하였다. 한편, 선진공업국의 자본주의의 모순은 경제의 자유방임을 부정하고 복지국가의 도입 등에 의한 시정이 계획되었다.

그러나 두 번의 세계대전을 경험한 20세기의 전기ㆍ중기에는 정치철학을 포함하여 규범이론이 일반적으로 저조하였다. 1960년대에 스트라우스는 정치철학이 ‘신화’까지는 아니지만 ‘이데올로기’와 거의 동일시하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벌린(Isaiah Berlin)은 ‘정치이론은 계속 존재할 것인가?’라고 학문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정도였다. 분석철학, 논리 실증주의행동과학의 융성 등으로 정의등의 규범이나 가치의 문제를 학문적으로 논하는 것 자체가 무의미해진 것이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하에 1971년에 존 롤스의 『정의의 이론』이 출판되었는데 그 반향은 절대적이었으며 단지 아카데미즘 세계의 내부에 머무르지 않았다. 여기에서 특히 주목해야 할 것은 그의 정의론은 방법론적으로는 근대의 고전적 사회계약론의 발전된 정교화를 수반하였다는 것 그리고 그의 인간관이 독특한 평등관을 수반하였던 것이다. 후자에 관해서 롤스에 의하면 자신보다 이전의 정의론은 ‘도덕적인 관점에서 자의적인’ 인간의 자연적 불평등, 즉 인간의 여러 능력의 자연적인 차이를 적절하게 다룰 수 없었다. 특히,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표어에 전형적으로 나타나 있는 공리주의 사상은 사회 전체의 복지증대라는 목적을 위해 소수자의 권리나 자유가 유린되는 경향이 있었으며 자연적인 약자를 최대한 구제하는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여기에서 롤스의 정의론에 대해서 논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경제적ㆍ사회적 불평등을 정당화하는 제2원리 중의 이른바 ‘격차원리(difference principle)’는 기본적인사회적인 재산(선한 것)의 재분배에 있어서 ‘가장 혜택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최대의 이익이 되도록’ 재분배할 것을 요청한 원리이다. 주로 생산수단의 사회화를 통하여 평등한 사회를 실현하고자 하는 근대의 사회주의 사상과 비교하면 인간의 자연적 여러 능력을 사회의 공통자산으로서 재분배의 대상으로 하는 롤스의 사상이 개인의 사적 소유권의 부정을 함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보다 근본적인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롤스의 평등관은 개인의 사적 소유권의 불가침성을 존중하면서 누진과세의 도입 등으로 부의 가능한 한 평등한 재분배를 목표로 하는 복지국가의 사상을 넘어선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다.

롤스의 정의론은 분배적 정의의 문제를 규범이론의 최전선으로 가져왔지만 그것이 전제로 하는 여러 조건, 특히 ‘자기’ 상()의 빈약함 때문에 1980년대 이후 리버럴(liberal)과 커뮤니테리어니즘의 논쟁이 정치철학상의 최대의 쟁점이 되었다. 그 논쟁 속에서 공동체나 전통, 문화젠더(gender), 정체성, 차이 등이 오늘날 정치철학의 적절한 이론화를 촉구하는 문제 군으로서 부상하고 있다.

참조어
이상주의(idealism), 아이덴티티(identity), 아리스토텔레스(Aristotelēs), 이데올로기, 해방, 격차, 혁명, 가치, 칸트(Immanuel Kant), 규범, 공동체, 권리, 행동과학, 공리주의, 국가, 커뮤니테리어니즘(국제정치에서), 젠더(gender), 자연권, 자연/작위, 자연상태, 자연법, 자본주의, 시민사회, 사회계약(설), 사회주의(체제), 자유, 자유주의(리버럴리즘, liberalism), 소유, 정의, 소크라테스(Sōkratēs), 존 폴리티콘(정치적 동물), 데카르트(RenéDescartes), 도덕철학, 벌린(Isaiah Berlin), 복지국가, 플라톤(Platōn), 프롤레타리아트, 문화, 분석철학, 헤겔(Georg Wilhelm Friedrich Hegel), 홉스(Thomas Hobbes), 마키아벨리(Niccolò Bernardo Machiavelli), 마르크스(Karl Marx), 목적론, 루소(Jean-Jacques Rousseau), 자유방임, 레닌, 로크(John Locke), 롤스(John Bordley Raw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