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철학은 실로 여러 가지 개성을 내포하고 있으면서도 항상 ‘일관성’을 잃지 않는 철학이다. 그 특징은 첫째 인간의 현실에 바탕을 두고 사물을 생각하는 ‘인간철학’이라는 점에 있다. 프랑스인은 독일인처럼 단순한 추상적 사변(思辨)을 좋아하지 않는다. 언제나 사실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직접적인 인간관찰의 결과로서 얻어진 현실적 ·실증적 인식 위에 그 철학을 구축하려고 한다.
스트로스키는 프랑스 정신이 갖추고 있는 모랄리스트(인간관찰가)적 자질로서 심리관찰의 습관, 모랄에 대한 관심, 인간을 이해하려는 자질 등을 들고 있다. 확실히 프랑스인에게서는 직접적인 이해관계에 구애됨이 없이 여유를 가지고 남의 생활을 관찰하고 동시에 자기 자신의 마음을 탐구하는 경향을 발견할 수 있다. 실로 섬세하고 예민한 정신으로, 프랑스어 특유의 표현을 빌린다면 ‘에스프리’를 가지고 인간생활의 실상을 관찰하며, 인간의 성격을 꿰뚫어보고 약점을 파악하며, 그 어리석음을 풍자하고 조소한다. 이러한 프랑스적 에스프리를 유감없이 발휘한 작가들이 라 로슈푸코, 라 브뤼예르 등의 모랄리스트임은 말할 것도 없다.
독일의 형이상학자이면서 심리학자였다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빈정대기 좋아하는 쇼펜하우어 단 한 사람뿐이다. 이와는 반대로 프랑스의 위대한 철학자로서 심리관찰에 통달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다. 그 예로서 합리주의적 형이상학의 창시자로 알려진 데카르트가 《정념론(情念論)》을 썼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그는 인간의 마음 속에 숨어 있는 비합리적 현실을 꿰뚫어보는 날카로운 안목의 소유자였다. 말브랑슈의 철학에서도 형이상학적 사색과 심리적 관찰이 훌륭하게 융합되어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프랑스인의 기질은 반형이상학적(反形而上學的)으로, 칸트나 헤겔과 같은 사변적 체계를 좋아하지 않는다. 콩트를 낳은 프랑스철학은 본질적으로 실증적(實證的)이다. 사유(思惟)를 몇 가지의 단순한 요소로 분해하려는 데카르트적 노력은 콩디야크의 감각주의나 콩트의 실증주의 속에도 살아 있거니와, 그것은 어디까지나 체계화를 위한 것이 아니라, 사실에 바탕을 두고 생각하기 위한 노력이었다. 프랑스의 철학자들은 경우에 따라 체계적 통일성을 희생해서라도 개개의 사실에 충실하려고 하였다. 이와 같은 사실은 누구보다도 체계적인 형이상학자였던 데카르트에 있어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둘째의 특징으로서는 프랑스철학의 ‘실증과학(實證科學)과의 밀접한 관계’를 들지 않을 수 없다. 독일철학의 주류, 특히 19세기 전반에 있어서의 독일관념론의 발전은 실증과학과는 관계 없이 일어난 사건이었다. 이와는 반대로 프랑스에서는, 철학은 언제나 실증과학과의 밀접한 상호관계 속에서 발전하여왔다. 18세기의 철학자 라 메트리는 의사였으며, 달랑베르는 박물학자, 카바니스는 생리학자였다. 19세기의 콩트, 크루노, 르누비에 등은 모두가 수학(數學)을 거쳐서 등장한 철학자들이다. 20세기의 프왱카레, 메이에르송, 블랑스빅 등은 모두가 훌륭한 과학자이기도 하였다. 이러한 프랑스 철학의 창시자라면 말할 것도 없이 데카르트이거니와, 바로 데카르트 자신이 철학과 자연과학을 하나의 체계 안에 긴밀하게 통합한 최초의 사람이었다.
명증적 관념(明證的觀念)에서 출발한 그의 철학적 방법은 기하학을 연구하다가 시사(示唆)받은 것이다. 또한 데카르트와 더불어 17세기의 프랑스철학을 대표하는 파스칼은 철학자이기 이전에 천재적인 수학자이며 물리학자였다. 그는 C.베르나르에 앞서 실험적 방법의 이념을 확립한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진리는 명증적인 관념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고 실재(實在)는 단순한 관념을 초월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은 사실에 충실하고 경건한 태도에 의해서만 실재에 접근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는 데카르트적인 기하학적 추론(推論)의 결함을 ‘섬세(纖細)의 정신’으로 보완하려고 하였다. 데카르트적인 합리적 추론과 파스칼적인 직각지(直覺知:sentiment), 다시 말하여 기하학적인 정신과 섬세의 정신이야말로 프랑스적인 지성의 두 측면이라고 할 수 있다.
18세기에 와서 합리적인 정신을 계승한 사람은 퐁트넬과 볼테르였으며, 섬세의 정신을 계승한 사람은 루소와 보브나르그였다. 다시 19세기에 와서는 쿠쟁이나 르누비에게서 합리적인 정신의 흐름을 볼 수 있으며, 멘 드 비랑이나 라메송몰리앵에게서 섬세의 정신을 발견할 수가 있다.
20세기에 와서 이 두 경향을 종합하려고 한 사람이 베르그송이다. 그가 시도한 것은 형이상학을 실증적인 사실의 영역에 끌어들여 과학과 철학의 통일이라는 데카르트적 이념을 현대에 부활시키는 일이었다. 베르그송이 지적한 프랑스 철학의 또 하나의 특징은 표현형식의 단순함과 평이함이다. 프랑스의 철학자는 특정한 사람만을 위하여 쓰는 일이 없으며, 독일인(人)의 난해한 표현을 좋아하지 않는다. 존재의 신비를 개념에 의하여 개시(開示)하려고 유별난 조어(造語)를 만들어내지 않으며 언제나 사실에 직면하면서 평이한 자국어(自國語)로써 말하려고 한다. 그것은 프랑스철학이 보편적인 인간성에 호소하는 ‘인간의 철학’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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