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치러진 서울대의 한 윤리 교양강의 중간고사에서 집단 커닝 사태가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해당 수업의 강사는 부정행위자를 대상으로 재시험을 실시하는 선에서 마무리한다는 방침이지만, 다수의 학생은 솜방망이 대처에 선량한 학생만 피해보는 게 아니냐며 반발하고 있다.
6일 서울대에 따르면 중간고사 직후 서울대 온라인 커뮤니티에 “학생이 250명 정도 되는 강의실에서 친구들끼리 커닝을 하거나 휴대폰이나 교재를 보면서 답을 채우고 있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다른 학생들도 시험 도중 화장실을 갔다 오면서 커닝을 하거나 대놓고 수업 자료를 보는 등 난장판이었다는 목격담을 털어놨다. 서울대 측은 “논란이 되고 있는 만큼 진상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인간의 본성을 성찰하는 것을 목적으로 내세운 윤리 관련 수업에서 이 같은 부정행위가 발생했다는 점은 사태의 심각성을 더한다. 커닝 논란이 가열되자 해당 강의를 맡은 시간강사 A 씨는 학생들에게 재시험을 실시한다는 공지를 띄웠다.
부정행위를 저지른 학생들은 양심에 따라 재시험에 응하라는 내용이었다. 중간고사에 본인이 제출한 시험지를 되돌려 받은 뒤 커닝해서 작성한 부분을 수정액으로 삭제하고 답안지를 다시 제출하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채점하고 성적에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A 강사는 공지에서 “부정행위를 했던 학생들도 내게는 소중한 제자”라며 “시험지를 고치는 것이 여러분이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이며 제대로 시험 본 학우들에게 가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대 철학과 측은 일단 재시험 결과를 지켜본 뒤 추후 조치를 내놓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커닝에 대한 학내 여론은 악화일로다. 청년 취업난에 따라 학생들이 학점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도 부정적인 여론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A 강사가 재시험 방침을 밝힌 뒤 “결국 커닝범을 색출하려는 노력은 하나도 안 하겠다는 것” “커닝했다고 답 다 외워가서 100점 받을 수 있는 것 아니냐” 등의 비판 글이 커뮤니티에 올라오고 있다.
김영주 기자 everywher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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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면3단 기사입력 2015-05-06 11:48 최종수정 2015-05-06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