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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책/축구의 세계사/데이비드 골드블라트/서강목.이정진.천지현 옮김/실천문학사/1,248p/48,000원

한신학 han theology 2014. 10. 12. 16:12

 

 


	축구의 세계사 책 사진
 

축구의 세계사

데이비드 골드블라트 지음 | 서강목·이정진·천지현 옮김
실천문학사 | 1248쪽 | 4만8000원

그저 공 하나일 뿐이다. 그걸 상대방 그물망에 넣겠다고 발로 차고 뛰고 생난리를 친다. 이 단순한 놀이는 그러나 놀이를 넘어선다. 영국 명문 축구팀 리버풀 FC의 전설적인 감독 빌 섕클리는 이렇게 말했다. "어떤 이들은 축구가 생사가 걸린 문제라고 믿지만, 그런 태도는 몹시 못마땅하다. 장담컨대 축구는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

UN(국제연합)보다 16개국이 많은 209개국이 FIFA(국제축구연맹)에 가입돼 있다. 전 세계 인구의 6분의 1이 축구를 하고, 이를 위해 5000만 개의 경기장이 세워졌다. 4년마다 열리는 월드컵에 쏟아지는 열기는 설명이 어려울 정도다.

 

영국의 스포츠 전문 저널리스트인 저자는 돈과 권력, 축구의 탄생과 더불어 축구의 진화, 축구사의 역사적인 승패를 통해 공 하나로 전 세계를 대동단결시키는 축구의 마력을 파헤친다.

축구의 기원으로 불리는 고대의 구기(球技)는 여럿 있으나, 저자는 "축구를 낳은 건 근대"라고 단언한다. 1800년대 초반만 해도 축구 종가(宗家) 영국에서조차 축구는 '세상 그 어떤 경기보다 보잘것없고 상스러우며 무가치하다'는 최악의 평판을 받았다.

 

공공장소에선 소요를 방지하기 위해 법적으로 금지됐을 정도다. 빅토리아 시대에 이르러 "건강한 국가는 건강한 엘리트 계층을 필요로 한다"는 사고관이 대두했고, 상류층의 육체적·심리적 건강, 즉 '몸과 도덕'의 결합이 새로운 지배계급의 남성상이 됐다. 이런 사고가 영국 퍼블릭스쿨 교과과정의 핵심으로 자리 잡아 축구가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축구공 사진

그럼에도 초창기의 축구는 거의 개싸움이었다. 선수들은 드리블하는 선수 주변에 스크럼 형태로 몰려 뒤죽박죽 난투극을 벌이기 일쑤였다. 1888년 열린 애스턴빌라 대 코린시언즈의 경기는 이런 식이었다.

 

'한바탕 몸싸움 끝에 아치 헌터가 골대 사이로 멋지게 골을 집어넣었다. 그동안 알렌은 무지막지한 방식으로 골키퍼를 때려눕히고 있었다.' 거친 몸싸움은 패스 위주의 경기가 주류로 자리 잡고, 오프사이드 규칙이 도입되면서 뒤로 밀려났다.

웬만한 백과사전 두께의 이 책은 축구의 여명기부터 선수 노조의 건설, 축구 산업의 형성, 범죄 집단과의 유착 등을 샅샅이 훑는다. 제국주의와 국가의 폭력에 속박당한 축구의 이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가나·세네갈·온두라스 같은 나라의 축구사를 추적하며 "이들에게 축구란 무엇인가"에 대한 성찰도 던진다. 특히 한국에 관한 기록이 흥미로운데, "유교적 전통 탓에, 황금 같은 득점 찬스에서도 형에게 골을 양보했다"는

 

전(前) 한국 국가대표팀 통역가의 증언이 그 예다. "한국은 월드컵 유치를 위해 정·재계의 엘리트를 총동원했는데, 1994년 김일성 사망 당시 이홍구 부총리는 평양이 아닌 미국 월드컵 결승전 축하 연회에 참석했다"와 같은 2002년 월드컵 유치 경쟁 비화(秘話)도 읽는 재미가 쏠쏠하다.

축구의 변화무쌍한 궤적을 기록한 이 책의 부제는 '공은 둥글다'. 스코틀랜드 축구의 영웅 데니스 로의 말이 의미심장하게 들리는 이유다. "축구의 역사에서 유일하게 변하지 않은 건 공 모양 뿐이다."

책소개

이 책이 속한 분야

『축구의 세계사』는 영국의 스포츠저널리스트이자 축구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골드블라트가 축구의 탄생과 전파가 어떻게 돈과 권력, 인종과 계급, 폭력과 저항 그리고 수많은 영웅들과 역사적인 승패 등을 교차하며 세계사를 형성하였는지 추적하며 세계에서 축구를 둘러싼 수많은 권력의 교차선들을 생생히 드러내고 있다.

저자소개

저자 : 데이비드 골드블라트

저자 데이비드 골드블라트(David Goldblatt)는 스포츠 전문 저널리스트이자 작가이다. 영국의 대표 일간지인 『가디언』, 『옵저버』, 『파이낸셜 타임즈』는 물론 『뉴 스테이츠먼』,

 

『뉴 레프트 리뷰』 같은 영향력 있는 잡지에도 기고해왔다. 또한 BBC 라디오 채널 4와 BBC 텔레비전 월드서비스에서 프리랜서 기자로 활동하면서, 특히 지역의 정치적 상황과 깊게 결부된 세계 각국의 축구 현황에 관한 보도 다큐멘터리들을 제작했다. 저서로는 『세계축구연감』, 『올림픽을 보는 방법』, 『풋볼 네이션 : 축구를 통해서 본 브라질』이 있다.

역자 : 서강목

역자 서강목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신대학교 영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 『이 현재의 순간: 게리 스나이더 시선집』, 『블레이크 시선』, 『소로와 함께한 나날들』, 『정치적 무의식』(근간) 등이 있다.

역자 : 이정진

역자 이정진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석·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울대학교 등에서 영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불한당들의 미국사』가 있다.

역자 : 천지현

역자 천지현은 서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했고, 동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한신대학교에서 교양영어를 가르치고 있다. 옮긴 책으로 『반체제 운동』(공역), 『불볕 속의 사람들』(공역)이 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미국판 서문

서론 : 삶과 죽음, 사랑과 돈

1부. 고대인과 근대인 : 축구와 근대 스포츠의 탄생, 시작부터 1914년까지

 
01 그림자를 쫓아서 : 축구 이전의 축구사
02 가장 단순한 경기 : 영국과 근대 축구의 탄생
03 완전히 다른 근사한 인생 : 산업시대의 축구와 영국의 노동계급, 1888~1914

2부. 민중의 경기 : 축구와 제국 그리고 산업, 1870~1934


04 배반의 제국 : 세계적 축구의 성장과 그에 대한 저항
05 위대한 경기와 비공식 제국: 축구의 국제적 확산, 1870~1914
06 보수는 더더욱 오르고, 경기는 계속되고 : 세계 축구의 상업화, 1914~1934
07 게임의 법칙 : 국제 축구와 국제 정치, 1900~1934

3부. 아름다운 경기 : 축구와 20세기, 1934~1974

 
08 엘도라도로 가는 길 : 라틴아메리카의 축구, 1935~1954
09 삶의 경기, 죽음의 경기 : 전쟁과 평화 시기의 유럽 축구, 1934~1954
10 악마와 천사 : 라틴아메리카의 축구, 1955~1974
11 마력과 영광 : 유럽의 고도 산업 시기의 축구, 1966~1974
12 누가 센지 두고 봐 : 아프리카의 축구, 1900~1974

4부. 무너져 내리다 : 장기 호황 이후의 축구, 1974~1999


13 뒤집혀진 세상 : 주앙 아벨란제와 FIFA, 그리고 세계 축구의 변모
14 이런 것이 축구라면 없애버리자 : 유럽의 위기, 1974~1990
15 군사작전 : 군부 통치하의 라틴아메리카 축구, 1974~1990
16 축구와 허기진 배 : 아프리카, 1974~1990

5부. 유일한 경기 : 축구와 역사의 종말, 1990~2006


17 거울 나라의 기이한 축구 : 유럽, 1990~2006
18 텔레비전으로 중계되는 위기 : 아메리카 대륙의 축구, 1990~2006
19 고속개발 : 축구와 아시아의 새로운 산업혁명
20 작은 축복 : 탈냉전기 아프리카의 축구, 1990~2006

결론 : 세계의 끝에서 본 축구

미주
참고문헌
감사의 말
옮긴이의 말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축구의 프리즘으로 세계사를 다시 쓰다!

영국의 스포츠저널리스트이자 축구 탐사보도 전문기자인 데이비드 골드블라트는 『축구의 세계사』에서 축구의 탄생과 전파가 어떻게 돈과 권력, 인종과 계급, 폭력과 저항 그리고 수많은 영웅들과 역사적인 승패 등을 교차하며 세계사를 형성했는가를 추적한다.

둥근 공을 상대방 골네트에 꽂아넣기만 하면 되는 그토록 단순한 놀이가, 어떻게 각자의 인간을 하나의 공동체라는 존재의 고양감으로 이끌어 내며, 역사의 거대한 파고에 참여시킨 것일까? 『축구의 세계사』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서 축구를 둘러싼 수많은 권력의 교차선들을 생생히 드러내며 오늘날 축구가 가져야 할 정당한 좌표를 독자들에게 확인시킨다.

 
고대 중국 귀족들의 은밀한 취미로부터 근대 유럽 노동계급의 유일한 놀잇거리까지
아프리카 흑인들의 해방무기로부터 라틴아메리카 마약조직의 돈줄까지


축구의 탄생과 전파에 새겨진 권력과 자본, 제국과 식민지, 폭력과 저항을 파헤치는
축구에 관한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나 또한 간절히 한국 대표팀을 응원하고 싶다. 그러나 난 당혹감 때문에 그럴 수가 없었다. 주변 사람들은 우리를 경멸하듯 바라보며 “왜 응원하지 않는 거야”라고 말하는 듯하다. 그들의 태도가 그렇게 말한다.”

- 2002년 월드컵, 길거리 응원을 바라보던 과거 민주화투쟁의 386세대
(본 책, 19장. ?고속개발 : 축구와 아시아의 새로운 산업혁명? 中)

유엔(UN)을 넘어 세계에서 가장 많은 국가가 가입해 있는 놀이(2014년 현재 FIFA의 회원국 수는 203개국이며 UN은 193개국이다). 전 세계 인구의 1/6이 직접 이 놀이를 하며, 이를 위해 5,000만 개의 경기장과,

 

지구를 1,000번 이상 둘러칠 수 있는 2,500만 킬로미터의 그라운드 백색선이 그려진 놀이. 4년마다 돌아오는 월드컵 결승전에는 전 세계 절반인 30억 명이 모두 일손을 놓은 채 운동장 22명의 선수와 그들 사이를 오가는 공의 선율을 생사가 걸린 듯 응시하고,

 

90분 뒤에는 열광과 영예, 증오와 좌절을 모든 이들에게 선사하는 가장 극적이며 비극적인 놀이. 사실상 인류 전체가 참여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놀이, 바로 축구다. 과연 어떤 놀이가 이처럼 근대 인류 전체의 정념을 흔들고 그 시선을 사로잡은 적이 있었는가?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 골드블라트의 말을 빈말이라 볼 수 없다. “근대 세계에 대한 어떤 역사도 축구에 대한 설명 없이 완전할 수 없다. 동시에 어떤 축구사도 근대 세계의 정치, 경제, 사회사를 추적하지 않고서는 그 경로를 묘사할 수 없다.”(25쪽)

이 책 『축구의 세계사』에서는 발로 차는 것만 빼고는 그 어떤 세계적 통일성도 갖추어지지 않은, 수많은 지역과 문명의 은밀한 놀이가 근대국민국가의 탄생, 제국주의와 식민지, 양차 세계대전, 탈식민화와 국가사회주의의 물결, 발전주의의 해체와 신자유주의의 부상,

 

그리고 FIFA와 다국적 자본의 헤게모니를 거치며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축구로서 등장하게 됐는지 추적한다. 저자는 감히 축구라는 공놀이가 이 거대한 역사적 물결에 어떠한 발언권도 없다라는 생각,

 

축구가 이 모든 권력의 협잡과는 무관한 순수 놀이일 뿐이라는 생각 모두를 거부한다. 이 책은 축구가 그저 인간이 즐기는 놀이도, 그렇다고 지배층이 제공하는 서커스나 음모도 아닌, 그 양자 간의 대결과 경계선이 그려내는 유동하는 역사 자체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은 축구를 정치, 사회, 경제, 문화적 지형을 통해 읽어냄으로써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에 펼쳐진 세계사의 격동뿐 아니라 수많은 클럽, 국가대표팀, 축구의 별들이 만들어낸 승리의 영광과 패배의 잔혹사가 어떻게 이 흐름에 동참했는지 독자들에게 제시한다.

“제국의 지배층에 걸맞는 인간형을 만들어라!” 근대 축구의 탄생

쿠주(중국), 마른국(오스트레일리아), 케마리(일본), 울라마(멕시코), 포풀 부(마야) 세팍라가(말레이반도), 파수크콱코워크(북미대륙), 하르파스텀(로마). 근대 이전 세계 각 지역에서 발로 공을 다루는 수많은 민속놀이에 붙여졌던 이름이다.

 

아마 기록되지는 않았지만 이보다 더 많은 놀이들이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은 채 역사 속으로 사라졌을 것이다. 하지만 운이 좋게 살아남았다 해도 이들 모두 근대의 문턱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오직 ‘영국식 축구’만이 오늘날까지 살아남아 우리가 알고 있는 그 축구가 되었다.


저자는 사실 영국 내에서도 축구가 ‘적절한’ 스포츠로 여겨지지 않았음을 말한다. 귀족들은 이미 축구가 아니더라도 고풍스러운 경마, 크리켓, 조정에 시간을 쏟았고, 그것만으로도 성이 안 찰 때는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권투에 도박자금을 대며 만족해 했던 것이다.

 

 반대로 영국 농민층에게 전해져오던 마을의 전통적인 공놀이 같은 것은 “무법한 건달들이 몰려다니며, 근면한 이들에게는 손해를 입히고 선량한 이들에게는 공포와 불안을 안긴다다”(52쪽)며 여러 법들을 제정해 금지해 버릴 정도였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축구가 영국에서 등장할 수 있었을까.

저자는 산업화와 그에 걸맞는 규율을 필요로 한 근대 자본주의의 등장에서 그 기원을 발견한다. 축구가 이를 위한 유용한 수단임을 지배계층이 새롭게 깨달은 것이다. “이 새로운 지배계급의 기독교적 남성상은 단체경기를 함으로써 가장 잘 양육, 발달될 수 있으리라 주장되었다.

 

학교에서의 운동경기는 공동 목표의 추구를 통해 옛 귀족계급과 새로운 부르주아지를 한데 결합시키는 완벽한 수단을 제공했다.”(58쪽) 드디어 축구가 처음으로, 그러나 여전히 불안한 신생아기를 맞으며 영국의 최고 사립 명문학교군이자 산업 부르주아 자제들의 전유물인 퍼블릭스쿨에 입양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갓 태어난 축구가 살아남을 수는 있을지, 살아남는다 해도 어떻게 성장해 갈지는 한치 앞도 내다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 책은 축구의 여명기를 박진감 넘치게 쫓아가며 퍼블릭스쿨 간의 자존심과 혈기가 뒤섞이며 벌어지는 축구 규칙을 둘러싼 알력과 패싸움을 상세히 보여준다.

 

그 와중에 우리가 알고 있는 축구와는 전혀 딴판인 엉뚱하고 너무도 과격하며 혹은 의아함을 품게 할 정도로 다양한 축구들의 등장과 혼돈을 살핀다. 독자들은 수없는 개입과 우연의 교차 속에서 축구가 말 그대로 근대의 발명품임을 목도할 것이다.

“그것은 아편이 아니다!” 축구, 유럽 노동계급이 깃발을 꽂다.

“이 비루한 삶의 철꺽거리는 기계 소리로부터도, 노동으로부터도, 임금과 집세, 약값, 보험료, 바가지 긁는 아내, 칭얼거리는 아이들, 심보 고약한 사장, 빈둥대는 일꾼, 이 모든 것으로부터 벗어났고,

 

거기서 그치지 않고 대부분의 동료들, 이웃들과 함께, 같이 환호하고 서로 어깨를 부딪치고 마치 이 세상의 왕이 된 양 판정을 주고받으며, 회전문을 밀고 들어가 또 하나의 완전히 다른 근사한 삶 속으로 나아갔던 것이다.”

- J. B. 프리슬리(19세기 영국 소설가)

퍼블릭스쿨이라는 부르주아 계급의 둥지로부터 이제 갓 걸음마를 땐 축구는 규칙이 조금씩 확정되자마자 유럽 노동계급의 유일무이한 놀잇거리로 전환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19세기의 마지막 사반세기 동안 노동계급이 축구를 정복해온 과정은 영국 산업화와 도시화가 성숙해가던 과정과 시기상으로 일치한다.”(88쪽)


하지만 산업화 과정이 단순히 기계적으로 노동계급에게 축구를 허용한 것은 아니었다. 고용주와 정부는 전통적인 노동과 시간규범으로부터 떼어내 이들에게 자본주의적 노동 규율을 분업체계를 강제하며 자신들이 원하는 근대 노동자형을 창출하는 데 성공했지만,

 

동시에 이들 노동자들 역시 바로 이런 조건 하에서 귀중한 노동법과 휴일을, 일을 끝내고 술집과 축구장에 드나들 수 있는 여윳돈(임금의 인상)을 쟁취했던 것이다. 칼 카우츠키 같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은 노동계급이 얻어낸 축구란 고작 계급의식을 타락시키는 ‘아편’과도 같은 것이라며 눈에 불을 켰지만, 저자는 이를 반박한다.

 

 “그것은 고된 일과와 불행, 불확실성으로부터의 도피였다. 그러나 그것은 윗사람들이 던져준 허접한 서커스도 아니었다. 그것은 아래로부터 창조된 것이었다. 영국의 노동자들이 창조해 전세계에

 

그 유산으로 전해준 이 축구만의 특징은 개인과 집단의 뛰어남을 결합시킨 광경이었다. 그것은 배짱과 영감, 육체적 용맹함과 기술적 실력 간의 균형을 요구하는 것이었고, 대중들에게 계급에 기반한 시민으로서의 촘촘한 유대를 긍정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었다.”(88쪽)

그렇다고 앉아서 축구를 빼앗길 지배계급이 아니었다. 이들은 들고 온 무기는 프로페셔널리즘과 아마추어리즘의 구별이었다. 당시까지만 해도 돈을 받고 축구를 한다는 것은 경멸적인 것이었다.

“경기에 돈이 개입됨으로써 발생하는 여러 다른 악행들, 이를테면 어떤 클럽이 계약을 맺고 싶은 선수를 돈으로 꾀어낸다거나 다른 클럽의 선수를 빼내온다거나 하는 일들도 마찬가지였다.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한 반대는 여러 진영에서 터져 나왔다.”(81쪽)


뿐만 아니라 대중들이 경기장이라는 곳에 한 군데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지배계급은 두려움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지배 계층에게는 한때 평화롭고 양순하던 노동계급이 이제 자신의 힘을 깨닫고 몸을 풀고 있는 것으로 보였던 것이다.

 

종교와 경찰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세계에 사람들이 모인다거나 그들 사이에 무질서와 그렇게 비화할 수 있는 조금의 가능성이라도 비친다면 그런 일은 우려할 만한 일이 되었다.

 

1차 세계대전이 일어나기 전 이 시기의 지배 계층들에게는 군중과 그 군중이 축구와 결합하는 사태를 두려워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115쪽) 그러나 이런 태도들은 노동자를 착취하고 단체행동권을 거부하는 부르주아계급의 습성을 고스란히 내비치는 것이기도 했다.


이 책에서 저자는 이처럼 축구를 둘러싼 계급간의 역학과 노동계급의 성장이 낳은 정치 및 사회변화에 축구가 어떻게 반응하고 새로운 길을 모색해나갔는지 추적한다.

제국주의의 문화상품 vs 식민지의 해방무기

“미치광이 무리 같은 일단의 영국 사람들이 시시때때로 한데 모여, 꼭 황소 오줌보 같이 생긴 뭔가를 이리저리 차고 논다. 이 누리끼리한 오줌보 같은 물건이 나무 막대기로 지어놓은 사각의 틀 안으로 들어가면 그들은 아주 만족해하기도 하고, 반대로 매우 상심하기도 한다.” - 19세기 후반, 브라질 기자

이 책에서는 또한 축구가 자국을 벗어나 세계체제적 관점에서 영국 제국주의를 상징하는 비공식 상품이기도 했음을 밝힌다. 세계 각지에 펼쳐져있는 영국의 군사주둔지와 상업시설에 축구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이다.

 

네덜란드인이나 이탈리아인은 이 최첨단 유행을 맞이해 팀 이름까지 영국식으로 바꾸며 무엇이든 따라해보려 애썼고, 아일랜드인은 수치와 굴욕을 느꼈으며, 오스트레일리아인과 미국인은 시큰둥했고,

 

브라질인들은 비록 미치광이 같다고는 했지만 점차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인도인은 하고 싶어도 허용과 불허가 반복됐다. 아프리카인들은 신발을 벗을 때만 허용했고, 너무 많이 몰려 있으면 아예 경기장에서 쫓겨났다.

 

 여성들은 아예 발을 들일 여지를 주지 않았다. 저자는 이처럼 축구가 수많은 인종, 민족 들에게 의심과 환호, 증오와 배제, 포섭과 회유, 동경과 환멸을 안기며 세계 속으로 자신의 자리를 찾아나서는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주고 있다.

또한 이 책은 양차 세계대전의 와중에 축구를 바라보는 지배계층의 시선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1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축구장에서 뛰는 선수들을 차출하며, 이를 통해 국가의 전쟁에 복무하는 것을 장려했고

 

그로 인해 축구 자체가 사실상 멈췄다. 전장에서 제일 먼저 죽어간 이들도 선수들과 심판들이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정반대의 현상이 일어났다. “주요 유럽 국가들 중 전쟁 기간 내내 전국적 축구 시합을 개최하지 않았던 곳은 폴란드가 유일했다.

 

집중포화 너머로,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전국적이든 지역적이든 축구는 계속되었던 것이다. (중략) 최초의 산업화된 전쟁 이후 사반세기가 지난 뒤 전쟁의 성격과 축구의 사회적 중요성이 모두 변했던 것이다.

 

“(397쪽) 저자는 ‘전쟁과 축구’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됐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축구가 드디어 국가 정치의 전면적인 동원 수단으로 부각될 만큼 성장한 과정과 그것이 어떻게 축구의 정치화로 연결되었는지 추적한다.

그러나 축구가 반드시 제국주의와 국가폭력의 정치에 종속된 것만은 아니었다. 아프리카와 라틴아메리카, 그리고 인도를 중심으로 한 남아시아에서 축구는 해방의 정치학, 즉 민족해방 그리고 인종투쟁과 결합한다.

 

즉 “이 기이하고 매력적인 유럽의 경기가 정체성의 확립과 조용한 독립 선언의 연단을 이미 제공하고 있었던 것이다.“(630쪽) 피억압민을 한 곳에 집중적으로 모이게 하고, 그 어떤 것이든 공개적으로 외칠 수 있는 합법적 공간은 식민공간에서 특별하고 예외적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여기서 피억압민은 자신들의 울분과 불만을 매개해주는 축구 팀을 발견한다. 이 책에서는 어떻게 축구가 식민정치/피식민 해방정치와 결합하고 또는 탈각했는지를 각 대륙과 지역의 특수성에 따라 세밀하게 보여준다.

“축구 없이 우리를 어떻게 알린단 말인가” 탈식민 개발국가와 축구 동원체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낡은 제국주의의 시대는 가고 드디어 수백 년 동안 이어져온 식민지들의 독립행렬이 이어졌다. 그러나 생각해보라. 수세기 동안 착취와 억압, 굴종을 겪었던 이들은 손에 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이 책은 바로 이들에게 축구가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보여준다. 국가건설의 희망과 단결이라는 이름으로 축구가 호명당한 것이다. “이제 참가 팀이 24개 팀으로 늘어난, 그리고 나중에 32개 팀으로 늘어날 월드컵은 축구에 있어 주변적이었던 국가들이 출연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그 출연은 이들 국가들이 너무나 갈망하는 국제적 인지도 제고의 위대한 순간을 제공할 것이었다.”(680쪽) 이 책은 냉혹한 국제정치, 석유도 천연자원도 없는 제3세계 국가에서, 축구가 아니었다면 들어보지도 못했을 나라들, 즉 가나, 세네갈,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 트디니다드토바고, 그리고 작고 힘없는 수많은 옛 식민지 소국들의 축구사를 추적하며 이들에게 축구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들려준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유럽의, 유럽에 의한, 유럽을 위한 FIFA 역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여전히 유럽만의 축구로 승부를 보려했던 스탠리 라우스 FIFA회장을 꺾고, 비유럽인으로서 최초로

 

주앙 아벨란제가 아프리카, 아시아, 남아메리카의 절대적 지지에 힘입어 FIFA에 입성한 것이다. 이 책은 이렇듯 세계 축구의 판도가 제3세계의 민족해방과 독립국가건설이라는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어떻게 변모했는지를 추적한다.

하지만 제3세계가 택한 방향은 즉각적인 민주주의 시행과 사회경제적 불평등의 타파를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유예시키고 있었다. 역설적으로 바로 여기서 위협과 동의라는 이름으로 축구가 호명당한다.

 

“월드컵에 출전하는 일은 세계의 다른 지역에서도 그랬듯이 국가 정치학과 각 지역 과두정치 및 독재정치가들에 너무나 강력하고 매력적인 윤활유라는 사실이 드러난다.”(686쪽)

 

이 책은 국가발전과 이를 위한 불가피한 독재의 미명 아래 축구가 민중의 요구에 대한 유예를 정당화하고 은폐시키며, 그 요구를 폭력적으로 억누르는 장치로서 전락한 역사를 보여준다. 축구가 해방 정치와 억압 정치의 시소를 불안하게 오가는 역사를 고통스럽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한국 선수는 자기 대신 골을 넣을 형을 찾았다” 아시아의 산업혁명과 축구

“동료 간에도 나이에 따라 공경을 주고받는 유교적 전통은 축구의 기본적인 원칙과 충돌하는 일이 잦았다. (중략) 한국선수는 골을 넣을 수 있는 황금 같은 기회를 결코 자기 것으로 하는 법이 없으며, 항시 자기 대신 골을 넣을 ‘형’을 찾는다.”

- 레오나르도 페트로프(비쇼베츠 전 한국대표팀 감독의 통역가)

독자들에게는 무엇보다 이 책이 한국의 축구사를 상세하게 언급하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을 느낄 것이다. 1950년대 축구의 불모지나 다름 없던 아시아에서 사상 두 번째로 월드컵에 진출한 이야기부터 시작해, 박정희 정권의 국가개발 집중에 따른 축구의 부차화,

 

1980년대 전두환 정권의 등장과 함께 급볍한 상황, 이에 따른 안기부와 재벌을 필두로 추진된 프로리그의 출범 그리고 일본과의 월드컵 유치 경쟁, 나아가 민주화의 진척 아래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와 시청광장을 가득 메운 붉은악마의 역동에 대한 분석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차범근, 허정무, 안정환과 박지성 등 한국의 축구 스타에 대한 평들도 읽는 이의 재미를 배가한다.

이 책은 또한 한국을 위시한 아시아의 독특한 근대화 경험이 어떻게 타 대륙에 비해 축구를 받아들이는 데 어려움을 가져왔는지 설명한다. 동아시아, 남아시아,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등 각 지역에서 독특한 사회문화적 지형(농촌공동체, 국가사회주의, 유교적 위계, 이슬람문화, 민주화 운동 등)에 따라 축구가 어떤 역할을 요구받았고, 한편에서 그 역할에 반발해 어떤 변화를 시도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이제 축구는 끝났는가?” FIFA와 다국적 자본의 결합, 역사와 축구의 종언

“축구에서 마술과 꿈은 끝났다.”

- 카를로스 알베르투 페레이라(전 브라질 대표팀 감독)

이 책은 무엇보다 축구의 영예와 돈의 관계가 어떻게 전개됐는지를 끊임없이 드러낸다. “호각 소리와 함께 축구 경기가 시작되는 순간 돈과 권력, 지위와 명성, 그리고 역사는 그라운드 밖으로 물러난다.

 

그러나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계의 끝없는 투자 경쟁 속에서 영광을 도모하자면, 하다못해 영광의 기회라도 도모하자면 돈을 지출하고 생각을 짜내고 계획을 세워야만 한다.”(22쪽)

책은 축구의 여명기 때부터 시작된 프로페셔널리즘과 아마추어리즘 논쟁, 연봉협상과 선수노조의 건설, 국가의 재정지원과 기업의 협찬, 심지어 범죄와 테러집단과의 유착 등의 역사를 쫓으며

 

사실상 돈 없이 축구에서 승리의 영예를 차지할 수 있는가라는 냉혹한 질문을 던진다. 비록 책의 부제 “공은 둥글다”가 말해주듯, 축구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우연성과 가능성이 우리가 축구를 즐기고 열광하는 본질임을 저자는 잊지 않는다. 그렇지만 돈과 권력 역시 축구의 또 다른 이면임을, 이 둘 간의 끝나지 않을 투쟁의 역사를 이 책은 외면하지 않는다.

그리고 이 투쟁에서 오늘날 승리의 팡파르로 우리의 눈과 귀를 홀리는 ‘돈과 권력’, 즉 FIFA와 다국적 자본이 결합하는 과정을 추적하며 어떻게 ‘돈과 권력’이 축구에서 승리의 영예를 구하는 가장 유력한 무기로 등장하게 됐는지를 추적한다.

축구사를 수놓은 수많은 별들의 역사

이 책은 또한 축구와 관련한 수많은 전설적인 인물들과 클럽, 국가대표팀들의 역사를 들추어낸다. 축구황제 펠레보다 브라질 민중이 더 많이 사랑했던 최고의 드리블러 절뚝발이 가링샤를, 나치의 협박에도 콧방귀를 뀌고는 유유히 독일 수비수들 사이를 종이처럼 가로지르며 당

 

시 오스트리아 지식인들의 열렬한 환호를 받은 마티아스 진델라를, 흑인 어머니가 물려준 곱슬머리를 저주하며 경기 전에 어떻게든 곧게 가라앉히려던 전설적인 골게터 아르투르 프리덴라이히를 기억한다. 그뿐만 아니다.

 

명실상부 최초의 축구감독이라 평가받을 수 있는 허버트 채프먼 감독을, 그라운드의 심리술사이자 나치 학살의 묵인자인 제프 헤르베르거 감독을, 네덜란드의 사회문화적 특수성을 축구전술과 요한 크루이프라는 천재적 스트라이커에 집약한 리누스 미켈스 감독을 이 책은 기억한다.

 

축구를 수놓은 수많은 별들, 배신자들, 협잡꾼과 비운의 인물들, 당대 최강팀과 독특한 전술로 무장한 신진팀을 추적하며 그 시대의 자화상과 정신을 보여주는 것도 이 책이 가지는 큰 재미 중 하나다.

덧붙여 이 책은 마치 저자가 실황중계를 하듯 35개의 역사적 경기의 매치리포트를 본문 중간마다 배치해 축구 자체의 본질이라 할 수 있는 승리와 패배의 순간을 마치 라디오를 중계하듯 사실감 넘치게 전달하고 있다. 이를 통해 축구의 전해주는 감동과 비탄을 잘 포착하고 있다.

추천의 글

“축구의 역사를 완전히 새로운 차원으로 끌어올렸다. 감탄할 수 밖에 없다.”
-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

“단지 축구책이 아니다. 상대의 골네트로 공을 집어넣으려는 단순한 열망이 어떻게 수많은 사람들의 삶과 그들이 서있는 사회를 바꾸었는지 추적한다. 축구를 통해 우리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들여다보고 싶은 독자라면 반드시 읽어보라.”
- SBS 박문성 축구해설위원

“『축구의 세계사』는 혼돈스러운 민속 의례에서부터 시작한 축구가 어떻게 세계에서 가장 대중적인 스포츠로 부상했는지 말해준다. 바로 이 지점에서 이 책은 오늘날의 정치 및 사회에서 축구의 위치와 역할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러면서도 축구 자체가 우리에게 펼치는 아름다움, 환희, 열광의 광경을 결코 놓치지 않는다.”
- 아마존

“오늘날 축구와 월드컵은 뜨거운 정념으로 충돌하는 장이 되고 있다. 저자는 축구에 배어 있는 이 물컹한 정념들, 역사적 상흔과 격렬한 이념들을 해부한다. 무엇보다 이 강력한 모더니티의 압력에 거침없이 백태클을 걸면서 실로 인간적인 열정으로 전후반 90분의 자유로운 순간을 만들어낸 축구, 그 자체의 역사를 들려준다.”
- 정윤수(축구평론가)

“이 책은 축구의 바이블이다.”
- 아마존 독자


  • 출처 : 페르케(perch) & 카르페디엠(carpediem)!!
    글쓴이 : 플라톤2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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