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MGUNGEUN)

♣ 한연직업기술학교

한신학 han theology 2017. 9. 16. 13:57

♣ 한연직업기술학교


성    명 : 이 현 아

파견국가 : 중 국

파견단체 : 한연직업기술학교

파견기간 : 2002. 8 ∼2002. 12


  처음에 지원했던 곳이 갑작스레 없어지며 중국이나 혹은 다른 나라로 옮겨가야 하는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다. 그렇게 해서 가게 된 중국 용정시 한연직업기술학교는 내게 측정할 수 없이 소중한 추억들, 사람들을 안겨 주었고 개인적으로 배움과 성장을 가능하게 해 주었다.

  학교 개학을 며칠 앞두고 도착한 그곳에서의 첫날.

  학생들이 사용하는 기숙사(숙사)에 짐을 내려놓은 이후부터 숙소는 우리에게 가장 큰 문젯거리였다. 우리가 묵을 집이 아직 공사 중이라 당분간은 아무것도 없는 직사각형의 넓은 방에 짐도 풀지 못한 채 살아야 하는 상황이 시작되었다.

  사람이 좋은 환경에 적응하는 건 금방이지만 나쁜 환경에 적응하는 데는 몇 배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몸소 깨달을 수 있었다. 얼굴 위로 떨어지는 온갖 벌레들 때문에 이불을 뒤집어쓰고 자야 했고 더러운 화장실은 특히 더 적응하기 힘든 부분이었다. 물론 나중에는 학생들과 같이 들어가 “안녕!” 이라고 말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지만···.

  그렇게 시작된 학교생활은 그다지 원만하지 못했다. 사사건건 학교 원장님과 부딪히는 일이 생겼고 교사라는 위치와 봉사자라는 위치에서의 조율이 힘든 시간들이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잘 기억나지도 않는 것들이 그 때는 어찌난 심각한 일들이었던지···.

  “직업기술학교” 라는 특성상 웨딩학과, 미용학과, 관광가이드학과 이외에도 영어, 컴퓨터, 음악, 교양, 체육, 일어 등의 과목이 있었다. 우리가 갔을 때가 2학기 째라 아직 전문과정보다는 기본적인 학습 소양을 쌓는 것을 위주로 수업이 진행되었다. 처음에는 잘 알아듣지 못하던 조선족아이들의 말을 차츰 알아듣게 되고, 그들과 익숙해지며 아이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학교는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었다.

  체계적이지 못한 학교 자체의 시스템이라던가, 처음 취지와는 달리 점점 바뀌어져 가는 학교, 눈 가리고 아옹 하기 식의 문제해결은 한 학기 내내 우리를 불편하게 했다. 때로는 과연 여기서 계속 봉사하는 것이 옳은 일인가 하는 회의가 들 정도로 어려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끝까지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건 학교가 아닌 학생을 위한 시간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함께 한 언니들, 친구, 그리고 동생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영하 20도를 육박하는 추위, 불편한 환경들 속에서 우리는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힘이 되어 주며 그 시간들을 보낼 수 있었다.

  돌이켜 보면 작년 가을, 겨울을 보냈던 중국은 내 인생에 참으로 소중한 시간이다. 조선족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체험하고 알아가며 느낀 것들, 나와 다른 사람들과 생활하며 배우고 깨달았던 것들을 나를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었다고 확신한다.

  마지막으로 이런 좋은 기호를 허락해 준 코피온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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