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학
[Philosophy of Korea ]
목차
1. 한국철학의 개요
한국철학(韓國哲學, philosophy of korea)은 한국사상의 근간이라고 할 수 있는 단군(檀君)왕검의 개국신화에서부터 시작한다. 한국철학은 중국철학(中國哲學, chinese philosophies)의 영향을 받기도 하였으며, 일반적으로 한국철학이라고 할 수 있는 철학(哲學, philosophy)의 이론은 조선시대의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과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에 의해 기초가 쌓이고 발전되어 지대한 성과를 이루었다. 특히 서양철학의 실용주의(實用主義, pragmatism)와 비교되는 실학사상은 한국철학의 절정을 이룬다고 할 수 있다.
2. 단군사화의 범금삼조(犯禁三條)
건국사화나 신화가 없는 문화는 그 건강하고 창조적인 자연력을 상실한다. 건국사화라는 하나의 지평선 안에서 문화운동 전체가 통일되고 완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건국사화의 보호 밑에서 젊은 혼은 성장하고, 건국사화의 인도 아래 성년이 된 인간은 자기의 인생과 삶의 의미를 해명할 수 있다. 비록 국가라 하더라도 건국사화나 이념, 신화적인 기초 이상의 강력한 불문율은 없으며 국가가 종교와 관련이 있다는 것, 국가가 신화적인 여러 관념으로부터 성장했다는 것, 건국이념이나 교육이념에 충실했다는 것, 이러한 것을 보장하는 것이 바로 건국사화와 신화인 것이다.
『삼국유사』에 기록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건국사화인 단군사화는 그 사상적 원천이 곰과 호랑이의 자유화에 있으며, 환웅(桓雄)의 명령이 아닌 제안을 거부하고 아니라고 부정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이는 단군사화에는 자유가 주어지고 선택의 자유가 주어졌으며, 죄를 전제로 하지 않고 성취 가능성만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여기서 가능성의 제시는 지(知)이며 그 가능성을 믿고 실천에 옮긴 것은 행(行)이며, 100일간 약초를 먹고 소원을 빌라는 말씀은 지(知), 실천하여 여인이 된 것은 행(行)이다. 따라서 단군사화는 하느님과 인간과의 약속이자 약속의 실천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약속은 그 스스로에 의해서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도덕원리를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단군사화에서는 환인이 환웅으로 하여금 인간의 360여사(餘事)를 맡아 다스리고 교화하도록 하였으며, 360여 가지의 일 중 지나칠 시에는 8조금법을 통해 벌을 받도록 하였는데, 이러한 8조금법은 하느님의 약속이행을 인간에게로 전수하는 인간의 도덕적 판단과 원리에 근거하고 있다. 현재에는 8조금법 중 3조만이 전해지고 있는데 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① 살인자는 사형에 처한다.
② 남을 상한 자는 곡물로서 보상한다.
③ 남의 물건을 도둑질하면 그 주인의 노예가 되는 것이 원칙이다. 속죄하고자 하면 매인당 50만전을 내 놓아야 한다.
여기에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하는 서양의 탈리오 법칙과 유사한 법칙이 적용되고 있는데, 우리나라 고조선의 범금 8조에서는 더 나아가 죄인에게 선택의 기회와 선택의 자유까지 부여하고 있다. 또한 생명을 존중하는 사상은 살인하지 말라는 정언명법으로 전제되어 있으며, ②와 ③의 금법을 보면 이미 고조선 시대에 재산 존중의 사상이 존재하였음도 확인할 수 있다. 즉 3조금 법은 도덕원리의 지(知)이자 법사상의 지(知)이며 이의 실천은 행(行)인 것이다.
서양의 문화가 본격적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해방 전까지 한민족이 평화를 사랑하고, 온화하고, 어질며, 인내심이 강하고 창조력이 우수했던 것은 이러한 단군사상에 그 근원이 있으며, 단군사상의 행(行)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한국사상에 있어 단군사화의 홍익인간(弘益人間)의 이념(理念)은 모든 지(知)의 근원이며 홍익인간의 이념의 실천은 행(行)의 근원인 것이다.
3. 퇴계(退溪)와 이이(李珥)의 이기론
한국의 유교사상이 그 학문적 체계를 갖추게 된 것은 13세기경이라 하겠으나, 퇴계 이황(退溪 李滉, 1501~1570)과 율곡 이이(栗谷 李珥, 1536~1584)의 2대 유학자가 활동한 16세기에 이르러서야 그 완성의 단계에 이르렀다. 이 두 사람은 유교철학(儒敎哲學, philosophy of confucianism)의 쌍벽으로서 두 학파의 개조가 되었고, 이들 학파의 논쟁은 한국의 정치사와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었다. 한국에 있어서 유교철학의 중요한 논제는 이(理)와 기(氣)에 관한 문제였다.
1) 퇴계의 이기론
퇴계는 일찍이 정치계를 떠나 산림에 숨어 철리(哲理)에 잠심(潛心)하였다. 그의 학설은 송나라의 주자학(朱子學)파에 속하며 그 학설을 발전시킴으로써 한국에 방대한 학파를 구성하였을 뿐만 아니라 일본에까지 그의 학파를 이루게 하였다. 퇴계는 우주를 이(理)와 기(氣)의 나타남이라 보고, 이와 기는 이원(二元)이 아니요 1물(一物)의 이성분(二成分)이라 하여 주자(朱子, 1130~1200)의 이기2원론(理氣二元論)을 이기이면론(理氣二面論)으로 발전시켰다.
즉 퇴계의 이기론은 ‘이’가 ‘기’를 낳는 것도 아니요, 기가 이를 낳는 것도 아니며, 양자는 병존하면서도 떨어질 수 없는 관계를 갖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처럼 서로 구별하는 일은 주관적인 분석이라 하였다. 그러나 이를 실재(實在)로서 보지 않는 대신 사물의 법칙으로 보고 만물에서 추상한 개념으로 삼았으며, 다만 이를 무형, 무영혼의 것으로 보지 않고 이것으로써 이상을 삼았으니, 사람이 사람 아닌 경우가 있는 것은 이(理)가 완전히 발현되지 못하기 때문이라 보고, 이상이 완전히 표현되지 않는다고 해서 우주에 이상(理想)이 없는 게 아니라고 하였다. 그러므로 이(理)는 착하기만 하고 악함이 없으나, 기(氣)는 착할 수도 있고 악할 수도 있다고 하였다.
퇴계는 기를 우주를 구성하는 원리로서 우리의 감각에 접할 수 있는 것을 만드는 것으로 보고, 기에도 일정한 법칙이 있으나 그것은 맹목적인 것이어서 이(理)에 반(反)할 수 있다고 보았다. 이와 같이 기에도 저 스스로 나타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으므로 그의 사상은 역시 이원론적이라 할 수 있다. 그는 이와 기의 조화를 인간의 마음에서 찾는다. 인간의 마음은 이와 기를 다 포섭하는 것으로서 마음에 의하여 이상에의 길을 닦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러므로 그것은 만물에 보편하는 것이라고 그는 주장한다. 여기서 그 사상이 수양주의와 성선설(性善說)에 입각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의 학적 태도는 위대하여 중국의 유교철학을 이 땅에서 더욱 발전시키고 오히려 중국과 일본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2) 율곡의 이기론
퇴계의 학설을 발전시켜 한국철학의 신국면을 천명한 한국의 철학자는 율곡 이이이다. 율곡은 퇴계의 이기호발(理氣互發)의 이원론적 경향을 극복하고 나타나는 기(氣)에는 반드시 이(理)가 탄다는 기발이승론(氣發理乘論), 곧 이통기국설(理通氣局說)을 주장하였다. 그는 퇴계가 주자의 이론을 따르는데 불만을 품고, 나타날 수 있는 것은 오직 기(氣)이며, 이(理)가 아니라고 하였다.
즉 율곡의 학설에 따르면 이(理)는 나타나는 모든 것의 이유와 근거로서 자신이 나타내는 것이 아니며, 기(氣)는 스스로 능히 나타낼 수 있으나, 그 스스로 능히 나타낼 수 있는 이유는 오직 이(理) 때문이라고 하여 성인이 다시 나와도 이(理) 만큼은 고칠 수 없다. 그는 천지 만물이 각자 일정한 현상을 가져 실재물이 되는데, 그때 기(氣)는 만물의 근본 질료, 즉 원소가 되는 것이고, 이(理)는 그러한 기(氣)를 나타나게 하고 음(陰)과 양(陽)이라는 모순을 낳게 하지만 자기 스스로는 도리어 동정이 없고 발하는 일이 없다고 보았다.
율곡은 이를 유한한 만물과 생성변화를 가능하게 하는 필연적 제약이지만, 자기 자신은 결코 유한한 것이 아니라 무한한 것이며, 생성·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영원히 자기 동일성을 보유할 뿐이라고 설파하였다.
그는 자기의 입장을 밝히기 위하여 다른 철학자, 즉 퇴계를 공격하였던 것이다. 율곡의 사상을 현대철학(現代哲學, contemporary philosophy)적으로 설명하면, 그가 말한 이(理)는 원인이고 기(氣)는 결과로서 양자의 관계는 곧 인과관계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관계는 사실적이거나 형이상학(metaphysics, 形而上學)적인 것이 아니라 논리적 제약관계로서, 이러한 원인과 결과 사이에는 시간적 선후나 공간적 좌우가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므로 율곡의 학설에 의하면 제약자인 이(理)와 피제약자인 기(氣)는 각각 분리 할 수 없으며 영원한 전체와 통일의 두 계기가 될 따름이다.
따라서 이(理)와 기(氣)는 서로 완전히 독립된 것이 아니므로 그의 철학(哲學, philosophie)은 이원론이 아니며 그렇다고 동일한 하나의 것도 아니므로 일원론도 아니다. 이와 같은 그의 독특한 학설은 율곡으로 하여금 동양사상에서 제외할 수 없는 높은 지위를 차지하게 되었다.
4. 실학사상
한국의 실학사상에서 실학(實學)이라는 명칭은 실사구시지학(實事求是之學)의 약칭이고 실사구시라는 말은 서한(西漢) 경제(景帝)의 아들인 헌왕(巘王)의 “수학호고(修學好古) 실사구시(實事求是)”라는 말에서 유래된 것이다. 여기서 실사구시는 ‘사실에 토대를 두어 진리를 탐구하는 일’을 말한다. 중국에 있어서 실사구시의 학풍의 확립은 명(明)나라 말기 서유럽 과학(科學, science)의 전례와 청나라 초의 고증학(考證學)풍의 흥기(興起)로 말미암아 비로소 그 학적 체계를 갖추게 되었다.
1) 한국 실학사상의 배경
한국에 있어서 실학은 조선후기라고 하는 특수한 사회적 상황 속에서 산출된 특수한 사상이다. 따라서 그 배경과 관련하여 볼 때 비로소 그 의미가 확실히 드러나는 사상체계이다.
한국의 실학사상이 발생된 배경을 살펴보면, 임진(壬辰)·병자(丙子)의 양란과 당쟁(黨爭)으로 말미암아 극도로 쇠퇴하고 부패·타락된 시대적 분위기 속에서 국가사회를 바로잡고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제해 보려는 일부의 뜻 있는 정치가와 재야(在野)의 학자들의 자가 반성으로 여러 가지 형태의 구국구폐운동(救國救弊運動)이 일어나고 있었다. 이때 때마침 중국으로부터 들어온 수신(修身)·제가(齊家)·치국(治國)의 이상을 실현하려는 고증학(考證學)과 천문·지리·역산(曆算)·농학(農學, agricultural science)·의학(醫學, medicine) 등의 놀라운 과학적 지식을 비롯하여 새로운 세계관·인생관을 제공해주는 서양의 학문과 천주교의 도입, 청조(淸朝)의 찬란한 문화와 산업제도를 그대로 배울 것을 주장하는 북학파(北學派)가 서로 합치되어 일종의 경세의 학(經世之學)으로 발전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한국실학(韓國實學)의 내용이 되었다.
2) 한국의 실학연구
그러나 아직도 조선 실학의 개념은 실로 논하는 이들의 견해에 따라서 구구하기 때문에 이의 획일적 정의를 내리기는 극히 곤란할 수밖에 없다. 조선 후기의 실학풍을 실학이라고 최초로 지칭한 학자는 최남선(崔南善, 1890~1957)으로, 그는 저서인 『조선역사』에서 우리가 현재 실학자라고 부르는 이들의 실학에 대해 ‘실학의 풍’이라고 하는 동시에 ‘실증 실용의 학’이며 ‘조선연구의 호수’라고 언급하였다.
실학에 대해 연구를 한 또다른 학자로는 이우성(李佑成)을 들 수 있는데, 그는 18세기 이후의 실학을 경세치용(經世致用) 학파와 후생이용(厚生利用) 학파, 그리고 실사구시 학파로 분류하였다. 여기서 경세치용의 학은 실학복고를 제창하고 고증학의 선구를 이룬 과도적인 학풍을 말한다. 또한 박종홍(朴鍾鴻, 1903~1976)은 실학을 ‘무실역행(務實力行)’의 학으로 보았으며, 이가원(李家源, 1917~2000)은 “실학은 이용후생을 주로 한 경세의 학이다.”라고 주장하였다.
그 밖에도 이기호는 실학을 ‘수기치인(修己治人)의 학’이라고 정의하였으며, 전해종(全海宗)도 ‘수기치인(修己治人)으로서의 실학’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수기치인(修己治人)’이라는 정의에 대해 천관우(千寬宇, 1925∼1991)는 “실학이란 실지로 유용한 공용성(utility)을 가진 학문, 현실적(actual, real)인 학문, 실천적(practical)인 학문, 실증적(postitive)인 학문이다.”라고 정의하였다.
한편 최한기(崔漢綺, 1803~1879)는 실학연구에 있어 철학적 근거를 정립할 뿐 아니라, 현실 속에서의 실용적 구현을 위한 깊은 관심과 체계적 구상을 하였는데, 먼저 그는 실(實)의 의미를 강조하면서 “명은 실에서 생기는 것이니, 그 실이 있으면 그 명이 있고, 그 실이 없으면 그 명도 없는 것이다.”라고 하여 실재나 실용이 명칭이나 명분보다 근원적인 중요성이 있음을 강조하였다.
5. 주요 용어와 관련 직업군
1) 주요 용어
• 홍익인간: 널리 인간세계를 이롭게 한다는 뜻으로 단군사화에 이러한 의식이 잘 드러나 있으며, 한국사상의 근원이다.
• 8조금법: 고조선에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실행한 법으로 현재에는 3조만이 전해지고 있다.
• 탈리오법칙: ‘눈에는 눈, 이에는 이’와 같이 피해자가 피해를 입은 만큼 가해자에게 손해를 가하는 것을 말한다.
2) 관련 직업군
• 한국철학 관련 대학교수, 강사
• 도덕·윤리 교사
• 철학자
• 평론가, 비평가
• 언론사, 출판사 등
참고문헌
- 유명종(1985년), 『한국사상사』, 이문출판사.
- 유명종(1993년), 『퇴계와 율곡의 철학』, 동아 대학교출판부.
- 한국 철학사 연구회(1997년), 『한국철학사상사』, 한울아카데미.
- 한국 철학회(편)(1987년), 『한국철학사 상·중·하』, 동명사.
- 한국 철학회(편)(1984년), 『한국철학연구 상·중·하』, 동명사.
- 류명걸(2003년), 『한국철학』, 형설출판사.
- 류명걸(2007년), 『비교철학』, 전남대학교 출판부.
[네이버 지식백과] 한국철학 [Philosophy of Korea] (학문명백과 : 인문학, 형설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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