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대학교 석박사과정]

“법 통과됐지만 ‘JYJ’ 방송출연 불발…블랙리스트 아닌가요”

한신학 han theology 2017. 4. 25. 22:30

[한겨레] 【짬】 UCLA에서 ‘한류’ 강의하는 이승아 교수

이승아 교수

이승아(54·사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아시아학과 강의교수는 3년여 전 <제이와이제이(JYJ) 공화국>이란 책을 냈다. 제이와이제이는 에스엠 엔터테인먼트 소속 아이돌 그룹인 동방신기에서 독립한 김준수·박유천·김재중을 가리킨다. 셋은 2009년 7월 에스엠과 맺은 계약이 ‘불공정하다’면서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이들의 ‘독립 투쟁’은 40개월 만인 2012년 11월 ‘합의’라는 형식으로 어정쩡하게 끝났다. 책은 이 기간 세 멤버와 제이와이제이 팬덤이 펼친 분투를 써 내려갔다. 그는 당시 제이와이제이 팬들의 활약을 ‘혁명’에 견줬다. 이 교수를 25일 서울대 교정에서 만나 ‘혁명 이후’를 주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는 지난해 10월부터 서울대 규장각 방문연구원으로 서울 생활을 하고 있다. 

왜 혁명일까? “제이와이제이 팬덤은 시민운동 성격을 띠었어요. 이전에 서태지가 검열이나 저작권 문제를 제기하면 팬들이 따라갔었죠. 제이와이제이는 팬들이 이끌고 멤버들이 뒤따랐어요.” 수십만명의 팬들은 모금이나 재능기부로, ‘노예 계약’에 반발해 소속사 울타리를 뛰쳐나온 세 멤버를 지원했다. 신문 광고나 거리 서명, 탄원, 신고, 불매운동 등 전투 방식도 다양했다. 팬들 스스로 발의하고 토론하고 투표해서 결정했다. 이는 의미있는 변화를 이끌어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가수들의 수익 배분이나 인권 등을 고려한 표준전속계약서를 내놓았고, 에스엠 쪽에 제이와이제이의 방송 활동 방해를 금지하는 시정명령도 내렸다. 뚜렷한 사유 없이 가수의 방송 출연을 막는 걸 금하는 일명 ‘제이와이제이법’도 국회를 통과했다.

책은 많이 팔렸을까? 그는 고개를 저었다. “책이 나온 뒤 제 인터뷰도 불발됐고, 홍보도 제대로 되지 않았어요. 외압이 있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는 “제이와이제이가 티브이에 나오는 걸 보고 싶다. 그래야 정의가 이뤄진다. 방송사가 제이와이제이를 출연시키지 않는 것도 블랙리스트 아니냐”고 했다. “팬들이 혁명을 해 도왔는데, 좋아진 게 없으니 비슷한 혁명이 일어날 수 있을까요.” 2년 전 제이와이제이법 통과 이후에도 팬들은 여전히 방송에서 셋이 노래하는 모습을 볼 수 없다. 방송사는 외압은 없다고 손사래 친다. 출연자 섭외는 개별 프로그램 사정에 따라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런 해명에도 팬들은 ‘출연 불발’ 배후에 거대 기획사의 위세가 자리하고 있을 것이라고 의심한다. 

“공주시 홍보대사가 된 재중이 지난주 공주 지역 초등학교를 방문했는데, 초등학생들이 알아보지 못하고 ‘연예인이세요’라고 했답니다. 해외 순회공연을 하는 가수인데도 알아보지 못한 것이죠. 티브이 예능에 못 나오니 음반 나왔을 때 홍보도 안 돼요. 준수가 지난해 유료 투표로 서울가요제 인기상을 받았는데 주최 쪽에서 시상식에 부르지도 않았어요.”

3년 전 ‘제이와이제이 공화국’ 펴내
아이돌 팬덤의 시민운동 성격 조명
“가수로 방송 나오는 모습 보고 싶다”


무협소설 빠져 물리학서 전공 바꿔
‘조선후기 대중소설’ 주제로 박사논문


이 교수는 고2 때인 1980년에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갔다. 87년 유시엘에이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10년 만에 같은 대학 아시아학과 석사 과정(중국학 전공)에 입학했다. “학부 졸업 뒤에 대학 실험실에서 일했어요. 이때 김용의 무협소설에 빠졌는데 마침 같은 실험실의 홍콩 유학생이 ‘김용 소설은 원어로 읽어야 제맛’이라고 해요. 이후 중국어 공부를 시작했죠. 진로도 바꿨고요.” 석사를 끝낸 뒤 지도교수의 권유로 전공을 한국학으로 틀어 2014년 ‘조선 후기 대중소설’을 주제로 박사 논문을 썼다. 유시엘에이 강의교수엔 2010년 임용됐다. 2년 뒤 한류를 주제로 ‘한국 대중문화의 세계화’란 이름의 강좌를 열었는데, 지금 수강생은 200여명 정도 된다. 2년 전엔 대학 교양 과목으로 지정돼, 타 과 학생들도 들을 수 있다.

미국 안에서 케이팝의 위상이 궁금했다. “한국 음식이나 일본의 아니메(일본 애니메이션)처럼 미국 문화로 자리잡았다고 할 순 없어요. 케이팝은 다니면서 들을 수 있는 음악이 아닙니다. 학생들이 그래요. 케이팝은 음악을 끄고도 볼 수 있다고요. 비주얼만으로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이죠. 음악이 좋아서 듣는 것인지 성적 관능을 소비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얘기입니다.”

수강생들 가운데는 “예전에 케이팝 팬이었다”는 과거형 팬들이 많다고 했다. “욕이 많고 성적 노출이 심한 미 대중문화가 싫어 케이팝에 관심을 가졌는데, 케이팝도 그런 쪽으로 가서 관심을 끊었다고 해요. 가수 캐릭터까지 모든 걸 기획하는 그런 시스템에 대한 반감도 있어요.”

그는 대형 기획사의 장악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면서 중요한 것은 가수 등 실연자들이 뭉쳐서 자신들의 권익을 지켜내는 것이라고 했다. “미 할리우드 시스템은 음반사가 가능성이 보이는 가수에게 돈을 빌려주는 방식입니다. 가수는 그 돈으로 매니저나 홍보 담당자를 고용하죠. 음반을 내 수익이 생기면 돈을 갚고 나머지 수익금은 가수와 회사가 8 대 2로 나눕니다. 지금 미국에선 음반사가 이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하소연하고 있어요. 하지만 가수들은 움직이지 않고 있죠.”

미국 실연자들이 이런 시스템을 확보한 데는 오랜 투쟁의 역사가 뒷받침됐다고 덧붙였다. “제이와이제이가 일어났을 때 도와준 가수들이 없었어요. 가수들이 그만큼 기획사에 심하게 묶여 있다는 얘기죠. 신대철이 음원 수익 배분 구조를 바꾸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호응이 크지 않아요. 안타까운 일이죠.”

글·사진 강성만 선임기자 sungm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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