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궁은

세계 경제 곳곳 `빨간불`…IMF "내년에도 개선 힘들어"

한신학 han theology 2015. 10. 1. 21:48

- 중국 제조업 경기 6년반來 최저…원자재 가격 타격
WTO, 올해 세계 무역 성장률 전망치 하향

[뉴욕=이데일리 김혜미 특파원·신정은 기자] 중국발(發) 경기둔화 우려에 원자재 시장과 신흥국 경제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최근 발표된 각국 경제지표마저 세계 경제에 짙은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금융 기관들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앞다퉈 내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미국이 기준금리를 올해안에 올릴 경우 글로벌 경제에 주는 충격파는 상당히 클 것으로 점쳐진다. 

◇ 中 제조업 경기 ‘냉랭’…국제 원자재값 금융위기후 최저

중국 차이신 제조업 PMI (출처=마킷)

중국의 지난달 제조업 경기지표는 소폭 반등했지만 경기회복으로 보기에는 여전히 미흡했다.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財新)이 발표하는 중국 9월 차이신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확정치는 47.2로 집계됐다고 시장조사업체 마킷이 1일 밝혔다. 지난달 발표된 잠정치(47.0)보다는 소폭 개선됐지만 전월 확정치(47.3)보다는 약간 낮아졌다. 차이신 제조업 지수는 올해 3월(49.6) 이후 7개월 연속 기준선을 넘지 못했다. 특히 7월(47.8)부터는 47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발표된 9월 차이신 서비스업 PMI는 50.5를 기록했다. 확장세를 겨우 유지했지만 14개월 만에 최저치에 머물렀다. 

중국은 세계 최대 원자재 소비 시장이다. 중국 경기가 휘청하면 상품 가격은 바로 타격을 받는다. 이는 자원 수출 의존도가 높은 브라질과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 신흥국 경제를 부진하게 만드는 최대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국제유가는 1년 만에 반토막 났다. 30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 11월물 선물 가격은 배럴당 45.09 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 2009년 3월 초 이래 최저 수준이다. 또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았던 지난해 8월에 비하면 절반 수준에도 못 미친다. 

다른 원자재도 마찬가지다. 금값은 올해 3분기에 약 5% 떨어졌다. 이에 따라 금값은 5분기 연속 하락하면서 1997년 이후 최장기 약세를 면치 못하는 신세가 됐다. 

세계 경기에 앞서 움직여 ‘닥터 카퍼(구리박사)’로 불리는 구리 선물 가격도 이날 톤(t)당 5160달러로 2009년 7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올해 2분기 말(t당 5765달러)에 비해 10.5% 하락한 셈이다. 

◇ 라가르드 “올해 글로벌 경제성장률 실망스럽다”

세계경제가 좀처럼 회복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제금융기구도 세계경제에 대해 암울한 전망을 내놓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사진)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지난달 30일 미국 워싱턴D.C. 카운슬 오브 더 아메리카(Council of the Americas)에서 가진 강연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라가르드 총재는 “세계 금융시장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면서 “이것이 사이클에 따른 것인지 아니면 펀더멘털이 하강하는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경제를 걱정할 만한 이유로 중국의 저성장과 미국의 금리 인상 전망을 꼽았다. 

그는 또 “세계 무역 성장세가 가파르게 둔화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이 추락하고 있는 점도 자원개발국 경제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라고 덧붙였다. 

(사진=AFPBBNews)

이에 따라 그는 선진국 경제가 올해 예전보다 약한 성장세를 보이고 내년에도 소폭 성장하는 데 그치지만 신흥국은 5년 연속 성장 둔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 세계경제 성장 악화속 美 금리 충격파 우려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 역시 빨간불이다. 

세계무역기구(WTO)는 올해와 내년 세계 교역 증가율 전망치를 각각 2.8%와 3.9%로 하향 조정했다. 올해 상반기 교역이 평균 0.7% 감소한 것과 향후 미 금리 인상과 개도국 성장세 추가 둔화 가능성 등을 감안해 지난 4월에 내놓은 3.3%와 4.0%에서 낮춘 것이다. 

세계 교역량이 감소하면 선진국 경기가 회복되더라도 신흥국들이 얻는 낙수효과가 적다는 얘기다. 

IMF는 올해와 내년 세계 경제 성장률을 이달중 하향 조정할 계획이다. 라가르드 총재는 올해와 내년에 각각 3.3%와 3.8% 성장 전망이 현실적이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지난달 아시아 신흥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7월 전망치보다 0.3% 포인트 낮춘 5.8%로 제시했다. 이는 2001년의 성장률(4.9%) 이후 14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 발언으로 올해 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이 가시화되면서 이에 따른 후폭풍도 우려되는 분위기다. IMF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 중국 등 신흥국 기업들이 대거 도산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신흥국 기업이 무너지면 세계경제 성장이 다시 둔화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신정은 (hao1221@edaily.co.kr)



<ⓒ종합 경제정보 미디어 이데일리 - 무단전재 & 재배포 금지>

기사입력 2015-10-01 16:30 | 최종수정 2015-10-01 18: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