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적 안전 자산인 엔화가 반환점을 돌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먹구름이 걷히면서 엔화 수요가 급감했다. 엔화 약세(엔저) 흐름이 그간 유보돼 왔으며 조만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관측이 제기됐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엔/유로 환율은 이날 장중 한때 전장 대비 2.5% 급등(엔화가치 급락)한 137.29엔까지 떨어졌다. 이는 2013년 4월 이후 2년 3개월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엔/유로 환율은 이날 136.91엔으로 마감했다. 엔/달러 환율은 1.2% 뛴 122.78엔을 기록했다. 약 한달 전 엔/유로 환율은 140엔, 엔/달러 환율은 125엔 수준이었다.
엔화는 금융시장에서 고개를 들었던 불안감으로 그간 이례적 상승 압력을 받았다. 특히 이번주 초반 그리스의 구제금융 협상을 둘러싸고 갖가지 관측이 난무했고 중국 증시는 폭락하면서 엔화의 몸값이 크게 뛰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금융시장의 불안감이 극적으로 후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스는 지난 9일 긴축 강도를 높인 구제금융 협상안을 제출했고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10일까지 이틀간 하루 4.5% 이상 급등 했다. 엔화 가치는 그때부터 크게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판 라이 캐나다임페리얼상업은행(CIBC) 글로벌시장 외환 전략가는 조만간 엔화 강세(엔고)의 거래 흐름이 막바지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엔화가 당초 예정돼 있었던 내리막길을 일시적으로 벗어나 있었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추가적 엔저의 근거로 미국과 일본의 통화 방향성 차이를 거론하고 있다. 미국의 통화긴축과 일본의 통화완화로 달러 매수·엔 매도 흐름이 필연적이라는 얘기다. 이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연내 기준금리 인상 방침을 재확인했다. 일본은행(BOJ)은 무제한 양적완화(자산매입)를 통한 경기부양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BNP파리바는 엔/달러 환율이 올해 연말 쯤 130엔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블룸버그가 전문가들을 설문한 결과 엔/달러 환율은 연말 126엔 내년 1분기 127엔까지 상승할 전망이다.
재닛 옐런 FRB의 의장은 이날 연설을 통해 FRB가 연내 금리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으며 금리는 점진적으로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존 FRB의 금리인상 방침을 재확인한 것이다.
옐런 의장은 다만 그리스의 채무 문제가 금리 인상의 시점을 불확실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라고 덧붙였다. 중국 금융시장의 혼란은 이날 발언에서 언급되지 않았다. CIBC의 라이 전략가는 FRB가 첫 금리 인상에 나서는 시점에서 엔화가 125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김지훈 기자 lhsh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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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15-07-11 17:33